HOME 만나고싶었습니다
[어디路] 익숙한 것에서 멀어져 자연의 품으로자연을 품은 그 곳, 한솔뮤지엄을 가다.
  • 김은샘, 고진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2.03 18:29
  • 호수 1721
  • 댓글 0

독서의 계절 끝에서, 그대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시 당찬 추위의 기세에 밀려 움츠려 있지는 않은가. 자연과 함께 있음을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자연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박물관 한 곳을 소개한다. 하늘과 마주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예술과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는 바로 그 곳 ‘한솔뮤지엄’으로 들어가 보자.

광활하고 풍성한 자연 속 세 ‘가든’을 만나다

한솔뮤지엄에는 세 가지의 정원이 존재한다. 첫째로는 ‘플라워 가든.’ 이름에 걸맞게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80만주의 붉은 패랭이꽃과 약 180그루의 하얀 자작나무 길이 있다. 하얀 자작나무의 길을 따라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rd Manley Hopkins』라는 1995년 작품이 관람객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다. 현대적 정크 아트*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플라워 가든에 한 발 내딛는 순간, 자연아래 살아있음을 느낀다. 소통이 시작된다. 플라워 가든을 지나면 ‘워터 가든’이 등장하는데, 물의 정원이라는 이름답게 뮤지엄 본관이 물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워터 가든은 물속에 있는 해미석*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반복적인 형태를 통해 리듬과 균형감을 주는 리버만 작가의 『Archway, 1998년』 작품은 본관에 입장하는 관람객을 맞이하는 대문 역할을 한다. 본관을 통과하니 또 다른 낭만이 시작된다.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은 총 9개의 부드러운 곡선의 스톤마운드로 구성됐다. 미국의 조각가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커플』, 베르나르 브네의 『부정형의 선』, 토니 스미스의 『Willy』 그리고 헨리 무어의 『누워있는 인체』는 모두 곡선으로 이어지는 스톤마운드의 산책길을 따라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는 수준 높은 조각품들과 함께 대지의 평온함과 돌, 바람, 햇볕을 만끽할 수 있다.

너를 만나고, 품고, 뜻을 담다

한솔뮤지엄의 실내 갤러리는 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페이퍼 갤러리는 크게 세 개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종이를 만나다’로 인류와 종이의 만남을 표현하고 있다. 종이의 발명과 전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기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당연 『구텐베르크 성서』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이라는 『구텐베르크 성서』는 그 명성에 걸맞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두 번째는 ‘종이를 품다’로 선조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종이의 흔적을 보여준다. 종이에 기름칠하여 만든 휴대용 조명기구인 조족등, 귀여운 자라모양의 술병, 종이베개까지 선조들의 생활을 담은 종이 일상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은 ‘종이에 뜻을 담다’로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종이 서적을 테마로 한다. 많은 관객들은 조선시대의 윤리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삼강행실도』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삼강행실도』는 그림과 더불어 한글과 한자를 사용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읽길 바랐던 세종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또 부처가 되는 길을 제시한 『화엄경』에서는 부처님의 은덕을 바라는 중생들의 간절함이 깃든 듯 했다. 이렇게 세 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진 페이퍼 갤러리는 종이의 역사와 의미,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이 종이의 가치를 재발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세기 한국 미술의 지평을 열다

다음 실내 갤러리는 청조 갤러리이다. 청조 갤러리는 주로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회화 작품들과 종이를 매체로 하는 판화, 드로잉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서양의 회화기법을 체득하여 한국적 모티브와 미를 추구한 장욱진, 박수근, 이중섭, 도상봉 등의 작품과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백남준의 『Communication Tower』 등 약 100여점의 엄선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청조 갤러리에 전시된 주요 작품은 ‘우리의 서양화’이다. ‘우리의 서양화’라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말해 동양의 시각으로 본 자연과 향토적인 소재를 심화시킨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작품들 중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었던 『달빛』은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했다. 동양의 미에 서양의 방법을 이용한 『달빛』을 보고 있으면 그 신비함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한창 여러 작품들이 뿜어내는 고즈넉함에 빠져 들고 난 후 갤러리 밖으로 나오면 시원한 바람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익숙한 도시에서 멀어져 자연의 품에 안긴 한솔뮤지엄. 이곳에서 마주한 하늘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소통을 위한 단절’은 뮤지엄의 슬로건이다. 일상에 지친 당신이라면 가끔씩 익숙한 것들과 멀어져 자연과 진정한 소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크 아트: 일상생활에서 생긴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한 미술
*해미석: 바닥에 장식용으로 까는 부드러운 돌

관람시간: 뮤지엄 10:30~18:00 (매표마감 17:00) *매주 월요일, 설, 추석 당일 휴관
장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오크밸리 내 한솔뮤지엄
문의: 033-730-9000

김은샘, 고진환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김은샘, 고진환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