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작곡가의 ‘야매’작곡법 전격 공개

  작곡. 왠지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팍팍 주는 단어다. 누군가는 한 곡을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보통 사람’인 기자에게 작곡은 너무 먼 단어.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작곡이지만 손수 만든 자신만의 노래 하나쯤 가져보는 것은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그래서 초등학생 때 피아노 학원에서 조금 배운 클래식 피아노, 고등학생 때 몇 달 배운 재즈 피아노가 음악 지식의 전부인 기자가 직접 작곡에 도전해보았다. 며칠 사이 오선지 위에 서툴지만 소중한 곡 하나가 탄생했다. ‘초짜’ 작곡가의 ‘야매’ 작곡법. 지금 바로 공개한다!
 
♩. 멜로디부터 떠올려보자
 
  일단 기자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직시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계이름, 플랫, 샵, 그리고 재즈 피아노를 배울 당시 익혔던 피아노 코드들은 아직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코드들도 그나마 기본적인 것들만 생각날 뿐. 디미니쉬 코드*, 어그먼트 코드** 등 조금이라도 변형된 것들은 이미 기억 저편 너머로 사라져 있었다. 피아노에 앉자마자 밀려드는 막막함.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참 멍을 때리다 우선 아무 건반이나 두드리기 시작했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원했던 기자에게, 무심코 누른 ‘라’음이 순간적으로 충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라’를 시작으로 건반을 뚱땅거리다 문득 머리를 스쳐간 하나의 멜로디. ‘라 레미파~라솔파미파~’. 
  짧은 멜로디가 한번 생각나 건반을 두드리다 보면 다음 음이 술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계속해서 멜로디가 풀리지 않는다면 쉴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도 그 날, 유난히 기자의 감수성은 풍부한 편이었다. 작곡 당시 모든 과제들을 끝낸 기자의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과 손가락 덕분이었을까? 신기하게도 평화로운 멜로디가 손끝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멜로디가 나오면 그 중 주된 것을 여러 버전으로 만든다. 그리고 다른 멜로디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끼워 붙이면 일단 전체 멜로디는 완성! 
 
♩♪. 주의!  표절 작곡가를 만드는 착각의 늪
 
  드려보고 건너보아야 하는 법. 자신의 곡이 표절인지 아닌지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자신이 ‘창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멜로디가 언제 어디선가 들어 본, 머릿속에 ‘저장’된 멜로디일 수 있다. 이런 착각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표절 작곡가가 되지 않도록 가락, 리듬, 화음까지 세심한 검토과정이 필요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는데?’ 기자가 만든 멜로디를 들은 친구의 심드렁한 한 마디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멜로디를 녹음해 메신저에 올리고 비슷한 노래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피드백을 부탁했다. 다행히 비슷한 노래를 제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계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나서야 ‘내 노래’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  멜로디에 반주와 양념을 발라버려~
 
  해당하는 반주를 넣어야 할 차례! 멜로디에 어울리는 반주를 찾지 못했던 기자는 결국 피아노 코드를 일일이 대입해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사실 한번 손을 붙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그 코드를 기반으로 해서 왼손 악보를 채워준다면 반주는 완성. 물론 악보에 어떤 방식으로 반주를 풀어나갈지는 본인 센스에 달려있다. 가장 무난한 방식은 코드에 속하는 음들을 순서대로 배열해가며 치는 것! 하지만 역시 곡에 분위기에 잘 맞게 넣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계속 같은 방식, 비슷한 멜로디로만 가득 찬 악보는 쉽게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이때가 바로 곡에 양념을 바를 차례! 페달을 밟는 구간도 정하고 중간 중간 박자도 살짝 바꿔주고 적절할 때 코드를 이용해 화음도 넣어주면 훨씬 다채로운 곡이 될 수 있다. 멜로디가 비는 공간은 색다른 반주로 채워주는 것도 또 하나의 팁!
  주 멜로디 제작부터 악보 기입까지 우여곡절 끝에 노래가 완성됐다. 고심 끝에 곡에 붙인 제목은 ‘Sunday’.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길고 긴 신문 제작이 끝나고 휴식을 만끽하는 일요일을 표현한 곡이기 때문이다. 비록 전문적인 작곡가들이 보면 형편없을지 모르나 아무렴 어떤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흥얼거릴 정도의 곡이면 그만인 걸 말이다.
 
  지금껏 기자가 공개한 방법은 분명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식의 작곡법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직접 작곡을 해보니 잊지 못할 ‘버킷리스트’ 하나가 또 완성된 듯하다. 비록 아마추어적인 작곡이었지만 자신만의 멋진 노래 한 곡을 만들 수 있었다면 과정과는 상관없이 그걸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삶을 다 살아본 적 없는 아마추어지만 스스로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만들어가듯 말이다.
 
 
 
 
*디미니쉬 코드: 감7화음 이라고도 하며 단 3도 3개가 연속해서 이어진 코드
**어그먼트 코드: 메이져 코드에 5음을 반음 올린코드

※ 아래 기자의 메일로 연락주시면 기자가 작곡한 음악을 보내드립니다.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일러스트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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