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조별과제 잔혹사’가 큰 화제를 모았다. 조모임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을 극단적이고 코믹하면서도 통쾌하게 구성하였다. 이것이 대학생들에게 큰 공감대를 이끈 이유는 바로 자신들이 겪었던 에피소드를 적나라하게 대변해주었기 때문이다. 대학 강의의 절반 이상은 기본적으로 조별 발표를 한다. 그리고 학점에 있어서도 조모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생활에서 조모임은 대학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다. 입시전쟁을 이제 막 끝마친 신입생들에겐 조모임은 하나의 넘어야 할 관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수업에서 조모임은 필수적인 것일까? 

 필자는 대학수업에서 조모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조모임은 학생들에게 강력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신이 매듭지은 것은 자신이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모임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부여된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조원이 고생할 수밖에 없다. 물을 쏟았을 때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나 흘린 물을 닦아 낼 수는 있다. 물을 닦아 내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조원들은 다른 조원들로부터 도외시될 것이다. 조모임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본다면 책임감 없는 행동은 남들의 비난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적응자로 낙인찍힐 것이다. 최근, 국내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1,028명을 대상으로 ‘채용하고 싶은 인재의 특징’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통계 결과, 국내 주요기업의 인재상에 등장하는 공통된 키워드는 ‘책임감’이 응답률 58.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팀워크’가 53.1%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책임감은 무시할 수 없는 성품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토대는 조모임에서부터 만들어 진다고 본다. 따라서 조모임은 구성원에게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자기직책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이는 성공하는 인재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음으로 조모임은 학생들이 사회화 과정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고등학교 때 혼자 해왔던 수행평가와 과제, 그리고 수능이라는 긴 여정을 마친 신입생들은 조모임이 하나의 넘어야 할 관문일 것이다. 3년 동안 외로이 고군분투한 신입생들에게 조모임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나 혼자가 아닌 조원 모두가 협력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점차 활발하게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누구에게나 낯설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어색함을 떨칠 수 있는 친화력, 조직의 규범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추진력과 리더십 등은 사회화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일반적인 이론수업이 아닌 조모임을 통해 습득된다. 물론 조모임이 사회화 과정의 역행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조모임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거나 조모임 내에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학생만이 과제를 수행하고 무임승차하는 학생들로 인해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훗날 직장을 얻고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상황만을 탓하며 독단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떠올려보라. 과연 사회에서 바라는 바람직한 인재상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모임에서 조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능동적으로 유도하려 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사회화 과정에 필요하고 사회가 원하는 자질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토론식 교육, 그리고 열린 교육으로 지향하려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 대학수업에서 조모임이 갖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논리다. 물론 이론적 지식을 중시하고 지식 전달이 위주인 수업은 조모임이 비효율적일 수 있겠다. 이런 수업에 조모임을 강요하는 것 또한 무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학습의 장이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사회화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학수업에서 조모임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안 기 찬 (신방·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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