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계속 사건이 터지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의 종북 논란부터 시작해서 NLL 대화록 파문이 일었고, 급기야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이 와중에 생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 연금 공약 파기가 다시 정계에 파동을 일게 만들었다. 야당에서는 해당 사안을 가지고 정부와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고, 노인 만민공동회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의 목소리는 다른 입에서 나오지만, 종국적으로는 '복지 축소 비판’이라는 똑같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도깨비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복지에 관한 것에서는 뭐든 많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승자이다. 증세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한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이 더 현실성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도 온통 ‘왼쪽으로 치우친’ 정책들이 남발했다. 그것이 시대적 흐름이고 여론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공약 수정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국가 재정이 더 악화되기 전에 양해를 구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과의 약속이었던 만큼 비판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국가 재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약 수정은 불가피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일괄 지급한다면, 당장 내년 7월 기초연금제 시행 후 2017년까지만 해도 57조 1천 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복지 정책으로 써야 할 예산은 이 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4대 중증질환 지원 및 무상교육 등 큼직큼직한 사업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현재 수정안대로 연금제가 시행된다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지급 대상인 391만 명의 90%를 차지한다. 15~20만 원을 받을 노인은 5%, 10~15만 원을 받을 노인 역시 5%다. 복지부에선 이대로라면 내년 7월부터 2017년까지 총 39조 6천 억 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원안에 비해 17조 5천 억 원을 더 아낄 수 있는데, 이는 정부가 갚아야 할 한 해 이자인 20조 원에 가까울 정도로 큰 돈이다. 상위 30%에게 제공할 보편적 복지만 줄여도 이 정도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소득을 고려하여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연금을 우선 지급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절박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최대의 복지, 그것이 우리가 채택해야 할 복지 체제다.

노인 빈곤에 무용지물인 보편적 복지

 노인들의 소득 양극화도 심각한 추세인데, 보편적 복지로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것도 허황된 생각이다. 노인들의 지니계수 개선율이 19.2%인데, 이는 OECD 평균이 84.2%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들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재정에 있어 소득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 시점에서, ‘빈곤한 노인들’을 위해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 기초연금으로 제공하는 금액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용돈이지만, 절박한 형편에 있는 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생활비이다. 같은 금액인데도 그것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면, 힘든 처지에 있고 그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무분별한 분배는 곳간을 비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온전하게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세운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제 수정안은 국가 재정의 보존과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덮어놓고 비난할 게 아니라 선별적 복지가 필요한 현 상황을 수긍하고, 수정안으로 인해 변질될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나 윤 재 (신소재·10)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