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자는 인간의 목표를 창조하고 대지에 의미와 미래를 부여하는 자다. 이 창조하는 자가 비로소 선과 악이라는 것을 창조한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모임에 참석한다. 그런데 이렇게 바쁜 대학생들이 과연 무슨 가치를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떻게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본 대학생이라면 가치창조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게 탐구한 철학자인 ‘니체’의 사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니체의 사상은 “신은 죽었다”라는 유명한 말에서 시작한다. 니체의 여러 저작들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이 말은 서양의 기독교적 가치의 몰락을 의미한다. 과학의 발달은 기독교를 지배적 지위에서 몰아냈다. 과학의 시각에서 자연의 신비가 풀리게 되면서 신의 존재는 불필요한 가정으로 보여지게 됐다. 따라서 기독교가 설파하던 도덕이나 구원의 믿음 등은 설득력을 잃게 됐는데 이를 니체는 ‘신의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대 철학과 이상엽 교수는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을 “근대인의 문화적·정신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대 진단”이라고 평가했다.
신의 죽음으로 기존의 지배적 가치는 몰락했지만 이를 대신한 새로운 지배적 가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많은 근대인들은 믿고 따를 가치기준의 부재, 즉 허무주의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니체는 허무주의를 새로운 가치를 낳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반으로 평가했다.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가치의 지배는 끝나고 각 개인이 자신의 가치 창조자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게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하는 미래에는 더 이상 지배적인 단일한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개인이 사고와 행위의 기준이 되는 가치를 창조해내며 타인의 가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수치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치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힘에의 의지’이다. ‘힘에의 의지’에 의해 개인은 자신의 가치가 타인의 가치보다 우월함을 보이려고 투쟁한다.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여러 가치들은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니체의 세계에는 그 어떠한 확실함도 없으며 오직 무의미만이 가득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세계의 무의미를 긍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에 자신의 의미를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고 이를 관철하려 투쟁하는 사람이 니체의 이상적 인간상인 ‘초인’이다.
이러한 니체의 사상은 현대인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이 교수는 “니체는 이 세계 안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과정, 즉 자기극복과 자기실현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주인이 되는 것을 자유로 생각했다”며 니체 사상의 의의를 설명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가치창조의 과정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각종 사회적 제약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니체의 사상은 이렇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만의 것이며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엄연한 사실을 망각한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등 타인의 가치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확실한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무비판적으로 기존의 가치를 추종하는 세상을 향해 독설을 내뱉고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니체의 사상이 해답의 실마리를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삶의 길에 대해 고민이 든다면 니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이들에게 고병권의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을 추천한다.

 


김범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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