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국 신입PD 윤종호 동문을 만나다.

   온 몸이 찌뿌듯한 주말 저녁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는 웃음은 한 주를 시작하는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뒤편에는 제작을 위해 밤새 고민하고 연예인들을 쫓아 발에 불이 나듯 뛰는 예능PD들이 있다. 이 험난한 PD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현직 SBS 『K-Pop Star』 조연출 윤종호 동문(영문·06)을 만났다.

 
나는 PD다.
 
  활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PD의 길을 선택했다는 윤 동문은 지난 7월 SBS에 입사해 조연출 생활을 시작한 방송계 새내기다. 그가 처음부터 방송계 진출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외교관이 꿈이었던 윤 동문은 “외무고시를 준비하면서 장래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힘들다는 PD의 꿈을 꾸게 된 건 군대에서였다. 자유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보다보니 예능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PD가 되는 길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가 일반기업에 취직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윤 동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1년 안에 소위 ‘언론고시’에 합격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의 준비기간 동안에 시련도 많았다. 그 중 우리대학교 언론고시 모임인 춘추화백실에 낙방했던 경험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는 윤 동문은 “학교 안에서도 이렇게 경쟁력이 없는 내가 정말 PD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지진 못했지만 PD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언론고시’ 학원에서 성실한 조원들을 모집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스터디를 하며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윤 동문은 “이런 모습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단기간에 PD시험에 합격한 비결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동문은 “간절함”이라고 답했다. 하나만을 바라보고 간절히 원하면 상상도 못할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윤 동문은 “1년이라는 배수진을 치니 더 열심히, 한 길만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카라카에서 얻은 수확
 
  윤 동문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대학교 응원단 ‘아카라카’에서 단장까지 역임했다. 윤 동문은 응원단에서 키운 자신감을 발휘해 PD 면접에서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응원단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새내기 시절에 응원단에 입단한 윤 동문은 “다른 활동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할 정도로 응원단 생활에 열정을 다했다. 윤 동문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시간이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해가 갈수록 그 시간을 기다렸다”며 “응원단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고 말했다. 
  입단 4년차에 윤 동문은 응원단 단장을 맡았다. 성실하게 주어진 일에 임하자 어느새 단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고. 방송국 입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을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길이 보이고 기회가 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왜 나는 ‘예능국’이어야만 했는가.
 
  PD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예능, 교양, 드라마, 라디오 등의 다양한 분야 중 윤 동문은 ‘예능’을 선택했다. 윤 동문은 “난 이래 봬도 웃음을 좋아하는 재밌는 사람이다”며 예능국 PD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운을 뗐다. 
  윤 동문은 “사회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재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 예능 PD의 힘”이라며 “사회문제에 대한 화두를 웃음과 함께 던지고 싶다”고 전했다. 일례로 윤 동문은 “『런닝맨』조연출로 활동할 때 ‘설국열차’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빈부격차의 문제를 웃음과 트렌드로 나타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조금은 유머러스하고 은근하게 사회문제를 꼬집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힘든 만큼 ‘느낌 아니까’
 
  방송국 PD의 일상은 어떨까. 『런닝맨』의 경우 월요일과 화요일에 촬영을 하고 수요일부터 주말까지는 편집과 믹싱*을 한다. 장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재촬영까지 한다. 재촬영을 할 때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의 스케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생활패턴이 불규칙한 편이다. 
  방송국의 엄격한 위계질서도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전 국민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인 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긴장을 푸는 순간 편집에 실수가 생기므로 편집권을 가진 공채 PD들은 선후배 관계가 매우 엄격하게 형성된다. 오랜 응원단 생활은 그가 방송국의 위계질서와 힘든 업무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직은 힘들 때가 더 많지만 되돌아보면 윤 동문은 “매순간이 보람차다”고 말했다. 가장 기쁠 때는 자신이 함께 일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할 때다. 또한 예능에 나온 장소가 인기 명소로 떠오를 때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고되지만 국민들에게 웃음을 준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긴다”는 윤 동문은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며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내 마음이 들리니’
 
  인생의 선배로서 윤 동문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윤 동문은 “후배들이 스펙과 자기소개서 한 줄을 위해 인생의 청춘을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애도 술도 공부도 모든 것을 ‘미친 듯이’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윤 동문은 『K-pop Star』회의 참석을 위해 자리를 떴다. 남들은 휴식을 즐기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에 출근하는 그의 표정에는 PD로서의 바쁜 나날 대신 ‘설렘’이 가득 차있었다. 
 
*믹싱: 두 개 이상의 영상 또는 음성신호를 필요한 의도에 따라 혼합하는 것
 
 
김은샘, 박성종, 이진슬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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