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인과 노점상인의 상생은 어디에

우리대학교 정문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약 550m 길이의 연세로가 서울시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새단장을 한다. 공사가 완료되면 연세로의 차도는 왕복 4차선에서 왕복 2차선으로, 약 4m 폭에 불과했던 보행로는 최대 8m로 확장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되는 기간인 2014년 1월~3월에 연세로에서는 버스와 긴급차량, 자전거만 상시 통행이 가능하다. 택시나 자가용은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통행한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는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제한속도를 30km/h 이하로 규정해 보행자들의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으로 보장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이후 차 없는 거리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과 함께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교통체계 4대 개선 대책’을 통해 연세로 주변 교통체계도 개선된다.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교통체계 4대 개선 대책은 ▲우리대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신설 ▲세브란스 맞은편 신촌기차역 굴다리 앞 교차로 신설 ▲신촌로터리 광흥창역에서 동교동삼거리 좌회전 허용 ▲신호체계 정비를 통한 소통흐름 개선 등이다. 특히 기존의 정문 한쪽에만 설치돼 있던 횡단보도가 공학원 쪽에도 1개소 신설돼 대기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했던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연세로는 오는 2014년 1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3개월간 운영된 후 시당국의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노점상 “연세로에서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약 110억 원 예산을 투자하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은 지난 9월 28일에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착공은 닷새나 지연된 10월 4일에 진행됐다. 착공을 일주일 앞두고 노점상들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행되는 기간 동안 연세로에서의 노점운영 제한에 불만을 가져 ‘공사가 완료되는 1월부터 노점 운영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착공을 막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앞에서 가방 노점을 운영하는 서울 서부노점연합(아래 서부노련) 연세로지부 박준호 지부장은 “대중교통지구와 차 없는 거리의 취지는 좋지만 생존권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30년 넘게 거리문화를 형성해 온 노점상들을 길을 새로 닦는다고 내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구청 “노점상들의 생존권 보장하겠다”

지난 3일 밤 11시 서대문구청과 서부노련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행되는 1월부터 주말에는 연세로에서 노점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닷새 동안 지연된 공사는 4일 오전 재개됐다. 서대문구청 건설관리과 성영주 팀장은 “1월부터 3월에는 차 없는 거리가 시범 운영되는 주말에만 노점을 운영하도록 하고 차 없는 거리가 전면 시행되는 4월부터는 노점상들에게 키오스크형 판매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성 팀장은 “오는 12월 15일로 공사기한을 맞춰 크리스마스 전후 약 보름간 신촌 크리스마스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기간에도 연세로에서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로 공사가 완료되는 12월 15일까지 노점상들은 임시 이전장소로 지정된 우리대학교 정문 앞 도로와 굴다리 주변에서 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구청에서는 지난 13일(일) 임시 이전장소의 물 공급과 전기 공사를 마무리해 노점 운영 여건을 마련했다. 박 지부장은 “14일(월)부터는 연세대 정문 근방에서 노점을 펴야 하는데 먼저 자리를 잡은 노련 비회원 노점상들과 위치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연세로 노점상들이 원래 자리하고 있던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도 있어 여전히 구청 실무자들과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번영회 “연세로 공사는 노점상을 위한 공사가 아니다”
 

한편 신촌 주민과 상인으로 구성된 신촌번영회는 공사가 재개된 지난 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촌번영회는 당초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시기에‘노점은 절대 연세로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구청의 약속이었음을 주장했다. 또한 차 없는 거리가 전면 시행될 때 노점상들에게 선진국형 키오스크 가판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서서갈비를 운영하는 신촌번영회 이문학 회장은 “신촌 주민과 상인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과 차 없는 거리를 통해 신촌 상권이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노점은 연세대 정문 주변 도로와 쌍굴다리에 노점타운을 형성해 상생하자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회장은 “타 지역 노점상들까지 연세로 노점상들과 합세해 공사를 못하도록 방해하며 구청과의 협상을 통해 자신들이 유리하게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맛있는 순두부를 운영하는 신촌번영회 오종환씨는 “‘가스통으로 주민들 위협하는 불법노점 신촌에는 필요 없다’는 현수막을 달다 이를 방해하는 노점상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며 “노점연합에 비해 소수인 우리 상인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학을 위해 매일 연세로를 오가는 전아영(영문·10)씨는 “노점상들도 거리문화의 일부이므로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공사기간 동안 노점 임시 이전 대체부지가 마련될 필요는 있지만 운영 여건까지 조성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의견을 전했다.

 

젊음의 거리 신촌,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방안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운영될 연세로는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 4월부터 차 없는 거리로 활용된다. 보행자들의 자유로운 통행로와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구청은 기존 연세로 노점상들에게 키오스크형 판매대를 임대해 도로점용료, 판매대 사용료를 받고 다른 노점상이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차 없는 거리가 전면 시행되면 신촌로터리를 비롯한 연세로 곳곳에 공공 자전거 임대 서비스가 마련돼 셔틀버스나 마을버스를 이용해온 학생들의 불편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촌오거리에서 유입되는 차량과 좁은 보행로로 인해 복잡했던 연세로는 2014년 새단장을 통해 지역주민에게는 상권 활성화의 효과를, 학생에게는 문화 창달의 장을, 관광객에게는 쾌적하고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키오스크형 판매대: 키오스크는 ‘공공장소에서 신문, 음료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포장마차형 노점을 개선한 위생적이고 세련된 가판대

 

 

글 ·사진 손성배 기자
89sungba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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