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의 현장실습 실태를 들여다보다

강서구 가양동,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아파트단지 바로 앞에는 지난 1996년 1월부터 우리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가양4종합사회복지관’(아래 복지관)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사회복지현장실습(아래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실습생(아래 실습생)의 하루를 알아보기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



복지관에서의 하루는 경로식당에서 시작된다. 실습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오전 일과 중 하나는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실습생들은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한다. 88올림픽을 위해 판자촌을 밀어내고 지어진 이 임대아파트는 건축된 지 20여년이 지난 건물이다. 낙후돼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뒤로 한 채 아파트 10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도시락을 나르는 실습생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독거노인들의 점심식사가 끝난 뒤인 오후, 실습생들은 방과 후 교실과 같은 교육실습을 진행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구성된 방과 후 교실은 신체적으로 불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사회복지사와 실습생이 만나는 클라이언트*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이런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꿈을 갖고 공부하는 실습생. 소외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닌지 실습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회복지현장실습, 참 교육의 현장인가?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종일수록 현장실습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 직종으로 분류되는 사회복지사에게도 현장실습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현장실습은 사회복지 전공자들에게 실제로 클라이언트와 만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수업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을 적용해보고 수업만으로는 부족했던 실용적, 윤리적 내용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교육 방법이다. 그러나 현장실습은 지난 2004년에 법적으로 처음 구성돼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현재 현장실습은 ▲교육기관과 실습기관 사이의 구조적 괴리 ▲실습지도인원에 대한 규제 부재 ▲현장실습지도자(아래 실습지도자)의 자격 미달 ▲사회복지기관의 정보 부족 ▲실습생들의 안전 등의 문제가 있다.

 

실습생의 입장 고려 못한 실습구조


 

분리된 시스템 탓에 실습생은 교수와 실습지도자의 교육 내용이 다를 때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현재 현장실습은 대학과 같은 교육시설의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는데 실습생과 교과과정은 대학, 즉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 있으며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실습기관(아래 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정책실천연구소(아래 연구소)의 김제선 연구원은 “현장실습의 평가는 실습 현장에서 매겨진 점수가 대학의 교수에게 전해지면 교수가 그것을 참고해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평가 과정은 실습 자체의 학점을 매기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윤경 교수(사회복지대학원·사회복지실습)는 “현장실습 평가는 준비 과정과 자세,  실습 과제 수행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며 “기관에서의 평가와 더불어 교수의 평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김 연구원은 “현장실습이 지금과 같은 교과목이 아닌 의료계의 인턴제도와 같은 제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습관리자당 실습생 수 규정 필요해
 

실습지도인원당 실습생 수의 제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매년 7만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현장실습을 한다. 최근 평생교육기관, 사이버교육기관 등의 교육시설이 늘며 실습이수인원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국에 있는 현장실습기관은 2만여 개로, 한 실습기관에 한 명의 실습지도자가 배정돼 있다고 가정할 때, 한 실습지도자당 평균 4~5명의 학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협회에서는 슈퍼바이저 1인당 혹은 한 기관당 실습생 수 5명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기관의 27%가 5~10명, 21.9%가 10명~15명의 실습생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기관의 10%는 20명이 넘는 실습생을 받고 있는 등 기관의 67.4%가 권고된 실습생 수인 5명 이상의 실습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규모를 고려해 기관당 실습생의 수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실습생으로 활동했던 장시원(사복·08)씨는 “내가 실습했던 기관에서도 10명이 넘는 실습생이 있었다”며 “사람 수가 적으면 아무래도 실습관리자가 실습생을 세심히 신경써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습지도자의 대다수는 자격미달
 

실습지도자의 자격요건도 문제가 많다. 과거 실습지도자에 대해 제약이 없었지만, 지난 2010년 12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 3년 이상 사회복지사업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이거나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 5년 이상 사회복지사업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라는 자격조건이 명시됨으로써 장치가 마련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시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급 소지 및 5년 이상 실무경험자의 실습지도는 약 20% 이내이고, 1급 소지 및 3년 미만의 실무경험을 가져 자격조건을 충족한 실습지도자는 약 4%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 미달인 다수의 실습지도자들이 실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소영(사복·10)씨는 “3년 이상이라고는 해도 실제로 그들이 그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호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장씨는 “학교에서 실습지도자의 자격요건 실태와 실습기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면 학생들에게 훨씬 도움 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자격증과 경력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기관 또는 실습지도자가 실습지도에 사명감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실습의 질은 이 실습지도자의 사명감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기관정보 파악 어려워
 

실습지도자의 자격요건도 문제지만 실습생 입장에서 제대로 된 실습 체계를 지닌 기관을 선정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사회복지기관 중에서 체계가 부실한 기관에서는 커리큘럼에 의해 교육하기보다는 실습생을 보조 인력으로 투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실습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사회복지사업과 관련된 법인ㆍ시설, 기관 및 단체에서 실습해야 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정 교수는 “현장실습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실습지도자가 기준에 맞는지, 시설이 공식적인 실습기관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그러나 학생들이 실습기관을 탐색할 때 이러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현장실습 등록제(아래 등록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는 법적 기준에 해당되는 실습기관 및 실습지도자를 등록하게 해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양질의 실습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등록제를 시행하게 되면 비공식기관에서 실습해 자격증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실습생들의 안전도 큰 문제


 

실습생은 안전문제에도 노출돼 있다. 현장실습은 기관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캠페인이나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특히 특수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가해자들에게서 당하는 폭력이나 상해가 심각하다. 실제로 언어, 신체적 폭력 외에 성폭행 사례도 심심찮게 보고되며 최근에는 기물 파손 등의 경제적 폭력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권씨는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행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실습생들에게 다루기 어려운 클라이언트는 맡기지 않아서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사회복지사들에 비해 덜 어려운 클라이언트를 상대한다 해도 실습생이 충분한 안전을 보장받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클라이언트에 의한 폭행은 폭행을 당한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동료와 다른 클라이언트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복지사는 크게 사회복지 분야를 전담하는 공무원과 민간사회복지사로 나뉜다. 민간사회복지사들은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거나 알코올 문제를 지닌 클라이언트들을 많이 접해 무분별한 신체적, 성적 폭력으로 인한 상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협회가 발표한 ‘사회복지사의 클라이언트 폭력 피해실태 및 안전 방안 연구’에 따르면 주로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은 클라이언트가 79%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평소 클라이언트를 학대하던 가해자가 18%, 가족이 3%로 나타났다. 가해 이유도 클라이언트의 정신 이상이나 약물 문제가 6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사회복지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권위의식이 33%로 나타났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현장실습생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에 보험처리 등 여타 해결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사고에 대한 책임부분과 보상부분에 대한 시급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늘진 이웃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애쓰는 사회복지사. 사회복지가 강조되는 이때, 사회복지사와 실습생의 복지는 간과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그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실습생들에게 질 높은 실습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때다.

 

*클라이언트 : 의뢰인. 사회복지학에서는 사회복지를 받는 대상자를 지칭함.

 

 

 

글·사진 김민섭 기자
minseob2580@yonsei.ac.kr
김회진 기자
GhicJin@yonsei.ac.kr
최지연 기자
gee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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