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유수의 평가기관에서 대학을 비교 평가하는 순위매기기가 한창이다. 대학의 한정된 자원으로는 스스로 수행하기에 벅찬 일들을 영리기관들이 자기 돈을 들여 평가를 해주고 이를 널리 알려주니 대학입장에서는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은 것은 대학평가가 지니고 있는 복잡한 특성과 단순하지 않은 의도 때문이다.
대학평가와 관련하여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대학평가의 내용들이 평가기관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에 대학들은 도대체 어느 평가 결과가 제대로 된 결과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뛰어난 대학’의 공통적인 속성을 확인하는데 있어 평가 지표가 다르다 보니 각 대학평가들의 순위도 제각각이다. QS 대학평가나 더 타임스 평가 등에서 국내종합대학 중 1위를 차지했고 작년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서울대학교에 앞선 3위로 평가되었던 우리대학교가 최근 발표된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서울대와 공동5위로 평가되어 혼란을 더했다. 이처럼 각 대학평가들의 지표와 가중치 등이 해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작년과 올해의 순위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평가는 올해에만 충실히 바뀐 지표와 가중치를 적용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들의 순위를 산출한 다음 다시 과거 순위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한편 대학평가와 관련한 부작용 또한 많이 나타난다. 대학평가의 지표 점수를 높이기 위해 대학교육의 내실을 기하지 않고 점수만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영어강의 비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학교 기록상으로 영어강의로 되어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어 강의로 이루어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태가 있어왔다. 무엇보다도 대학평가의 난립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대학평가의 소비자들에게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평가가 난립하면 이 정보의 소비자인 대학, 학부모, 학생, 정부들은 어떤 정보가 바른 정보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더불어 상당수의 대학평가가 국가기관이나 비영리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업기관에 의해 진행되어 평가의 중립성이나 객관성에도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대학평가가 시작된 이후 많은 관련 신문들이 대학들의 광고가 부척 늘어난 사실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이제 대학을 포함한 평가정보의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평가제도를 고민하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적인 토론을 시작해야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