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연인들의 결혼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 소식의 주인공들이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 해에 후자의 커플 유형이 사상 처음으로 4만 쌍을 넘어섰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봐도 상당히 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남성들 역시 자신을 돌봐줄, 편한 누나 같은 동반자를 원하고 여자 역시 동생 같은 남성을 원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예전과는 달리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상녀·연하남 커플’ 현상은 독특한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이러한 부류의 연인들이 늘면서 그런 시각이 많이 누그러지는 듯하다.

누나 같은 아내는 ‘별종’이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인식’이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소수’가 아니었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은 ‘소서노’보다 무려 8살이나 더 어리다. 기원전 200년보다 더 오랜 시기에 벌써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존재했던 것이다. 조선 시대를 살펴보면 ‘태종 이방원’은 첫째 부인인 ‘원경왕후 민씨’보다 2살이 어리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외척들을 숙청한 군주치고는 의외라고 볼 수 있다. 비운의 왕세자인 ‘소현세자’도 ‘강빈’보다 1살이 더 어리다. 조선 말 고종과 명성황후도 마찬가지다. ‘연상녀·연하남 커플’ 현상은 고대 뿐 아니라 근대까지도 생소한 모습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특수한 사례들만 나열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반론에 의하면 이런 커플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가 사료에 나타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시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기술했을 뿐이다. 이렇듯 연상녀가 자신보다 어린 남성과 결혼하는 현상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었다.

연상녀와 연하남은 왜 줄어들었나

 그렇다면 언제부터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사회적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병역의 의무’가 해당 현상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지금도 군 복무가 있으나, 당시에는 복무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생기기가 더욱 힘들었다. ‘군대’라는 장애물은 남성은 피해가기 힘들다. 복무를 마치고 나면 동갑내기 여성은 일찍 결혼했거나, 직장인이 되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연상녀는 말할 것도 없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을 떠올려보라.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에 복학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 남성은 같은 학년의 여자나 자신보다 더 어린 여성을 찾게 된다. 이렇게 사회적 흐름을 타고 ‘연상남·연하녀 커플’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병역의 의무를 다한 후 연하녀와 결혼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이렇게 맺어진 ‘연상남·연하녀 커플’은 군대 문화가 사회 전반에 깔린 산업화를 거치면서 확실하게 ‘다수’가 된다. 이들은 당사자로서 ‘연상남·연하녀 커플’을 사회적인 주류로 여기게 되고 이러한 인식은 어느덧 여론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점차 사회적으로 비주류가 되어버렸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이런 시각을 탈피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누님’과 ‘남동생’이여, 당당해져라

 이렇듯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전혀 생소한 현상이 아니며, 따라서 주변 시선에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나이 차에 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당사자가 좋다는데 무엇이 대수랴. ‘연상녀’들이 경험이 더 많은 선배로서, 그리고 ‘포용력 있는 누나’와 같은 모습으로 ‘어린 남자’와 적극적인 연애를 하기 바란다.

나윤재(신소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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