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다는 사실에 들뜬 나는 내가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해야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혼란에 빠졌었다. 아직 공사 중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캠퍼스 전경과 편의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주변 모습에 당황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국제캠퍼스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교가 강조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해외 명문 대학들이 오랜 세월동안 채택해 온 선진 명문형 교육모델인 Residential College(RC) 도입’과 같은 말들은 나와 같이 혼란에 빠진 학생들을 안심시켜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초에 들었던 학교 측의 청사진과 반대로 11년도의 국제캠퍼스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개설되는 강좌의 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국제캠퍼스만의 특성이라고 할만한 RC프로그램도 전무했다. 당시 학생들과 나는 RC교육에 대해 실망하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라고 애써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의 숫자를 계산해보면 대략 3500명 정도, 결코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국제캠퍼스를 거쳐 갔지만 이러한 상황이  전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당초에 RC교육의 목표는 학원형 대학교육을 정주형 대학교육으로 전환하고 전인교육, 국제화 교육, 창의교육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국제캠퍼스는 이러한 교육 목표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학생들이 많이 지적하는 RC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신촌캠퍼스에 비해 국제캠퍼스의 강의 수와 종류가 압도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11년도에 약 500명, 12년도에 1000명, 13년도에 2000명 매년 국제캠퍼스의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개설되는 강의도 늘어나고는 있다. 하지만 증가한 학생 수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캠퍼스 수강신청에 대한 13학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강신청을 실패할 경우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없어서 15학점만 듣게 됐다’는 얘기부터 ‘어쩔 수 없이 주3의 시간표가 됐다’는 얘기까지 강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강의 선택에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해주고 있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제공되는 RC프로그램의 효과와 질에 관한 것이다. 국제캠퍼스만의 특성으로 각 하우스별로 진행되는 하우스 파티를 비롯해 학교 수업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RC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현재 제공되는 RC프로그램들이 과연 기존의 취지인 전인교육, 국제화 교육 등을 만족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학기에 특정 하우스는 RA Residential Assistant의 약자들에게 각각 할당된 개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라고 했다는 점과 각 하우스 RC프로그램 개수를 하우스 평가에 반영하려 했다는 점은 RC프로그램의 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물론 많은 RM과 RA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선배들과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점이 있다. 국제캠퍼스에 없는 한 가지가 바로 선배의 존재다. 교수님의 강의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지만 선배의 프레젠테이션, 선배와의 조모임, 교류 등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다. 국제캠퍼스에서는 새내기끼리만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배와 교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놓치고 있다. 국제캠퍼스를 종종 송도 고등학교라고 부르는 학생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물론 셔틀 버스 등을 이용해 신촌에 있는 선배와 교류를 할 수 있지만 학교 측에서 직접적으로 이러한 교류를 장려해 주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RC프로그램 참여율 높이기에 혈안이 되어 셔틀을 타고 신촌을 가는 학생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시선도 있으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새로운 제도나 시설의 초기단계가 모두 그렇듯이 국제캠퍼스 역시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학교 본부가 무리하게 국제캠퍼스 계획을 진행한 만큼 충분한 준비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학생들에게만 RC교육에 대한 고민을 미루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미리 예고된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성급하게 진행된 국제캠퍼스 RC교육, 지금이라도 학교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 동 하 (자유전공·11)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