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한 5인 5색 체험기

이효리, 이하늬, 송일국, 유지태의 공통점은? 바로 채식주의자라는 점! 건강, 동물 보호, 환경 보존 등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채식을 실천해오고 있다. 연예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이한 눈초리를 받아왔던 채식은 이제 하나의 일상적인 웰빙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단순히 고기만 안 먹는 것이 채식일까? 간단하게 보이는 채식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나 복잡하다. 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닭고기는 먹는 채식부터 우유까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따라 무려 7단계로 나눠진다. (아래 그림 참고) 

이런 채식을 대학생도 실천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대학생활을 생각하면 꽤나 어려울 것 같다. 술자리 안주는 물론이고, 교내 식당에서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은 찾기 어렵기 때문. 야심차게 결심을 했다 치더라도 신촌캠 정문 앞에 있는 채식식당 한 곳을 제외하면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채식식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채식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신문 기자들이 일주일의 기간 동안 각 단계별로 채식을 체험해봤다.      
 
 세미(Semi)

그러나 시련은 너무나도 빨리 와 버렸다. 채식을 시작한 날 아침 전주비빔 삼각김밥을 집어 드는 순간 ‘아뿔싸’ 했다. 그렇다. 삼각김밥 전주비빔밥 맛에는 소고기가 들어간다. 그렇다고 가운데만 빼고 먹을 수는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삼각김밥으로 눈을 돌렸다. 스팸, 소고기 고추장, 돈가스, 소고기,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이렇게 많았을 줄이야. 결국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삼각김밥 참치마요 맛을 씁쓸하게 집어 들었다.

그렇지만 다른 단계를 체험하는 기자들만큼 큰 시련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잘 먹고 다닐 정도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라는 보상심리 때문이었을까. 내 모든 선택은 치킨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결국 일주일 내내 매일 저녁 치킨을 찾게 됐다. 간장치킨, 마늘치킨, 파닭까지. 주위에선 “너 채식한다 하지 않았어?”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채식이라면 365일 행복할 것만 같았다.

 

jsyeom@yonsei.ac.kr

남채경 기자 

페스코(pesco)

일주일간의 페스코 채식을 시작하는 지난주 월요일 새벽 6시. 헬스장에서 측정한 인바디*표에 적힌 ‘체지방 경도비만’이라는 글씨는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고기=살찌는 음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채식을 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가 생긴 것이다. 건강은 둘째 치고 몸에 있는 체지방량을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즐겁게 채식을 시작했다. 페스코 채식의 경우 생선은 먹을 수 있기에 딱히 채식을 한다고 하기도 겸연쩍은 상황. 쉽게 생각한 채식, 그러나 시작 첫날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햄버거 가게 런치메뉴는 고정 식단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들어간 가게에서 주문을 할 때야 새삼 깨달은 것이 있으니, 햄버거에는 고기가 들어간다는 사실! 결국 감자튀김을 두 개 시켜 배를 채웠다. 인도에는 맥도날드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있다던데.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패스트푸드점이 너무나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이틀 정도 고기를 먹지 않으니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단백질 부족과 같은 영양상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엄청난 짜증이 났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먹고 싶은 고기와 치킨을 먹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친구들과 기분 좋게 갔던 한강에서도 나는 오히려 우울함만 얻은 채 돌아와야 했다. 치킨과 피자, 그리고 통삼겹살과 맥주를 먹고 있는 그들 옆에서 떡볶이로 배를 채워야 했기 때문.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세미’가 미친 듯 부러워졌지만, 동시에 우유도 먹지 못하는(때문에 과자도 못 먹는) 비건을 체험하고 있는 다른 기자를 생각하며 행복한 합리화를 했다. 
 
“멕시칸 푸드 좋아해요?”
평소 좋아하던 선배에게 카톡이 왔다. 게다가 분위기 좋기로 소문난 멕시칸 음식점이라니, 절대 거절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소고기와 닭고기가 안 들어가는 메뉴가 없는 멕시칸 음식, 난 결국 “저 멕시칸 못 먹어요. 채식하거든요” 라고 단호박처럼 철벽을 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날 저녁은 연어샐러드로 만족해야했다.
 
5일째 되던 날, 채식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기 없이 외식은 불가능해’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고기가 들어간 반찬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됐다. 살펴보니 생선구이집이나 국수집처럼 채식주의자들에게 적합한 식당도 많았다. 채식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기 안주가 가득한 술집도 안 가게 되었고, 몸이 확실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쾌한 공복감을 즐기며 가벼운 운동도 시작했다. 
 
7일째, 나는 마치 내가 이효리가 된 느낌으로 헬스장으로 향해 인바디를 측정했다. 겨우 몸무게 0.1kg, 체지방 0.2kg만 빠져 채식의 초기 목적(?)인 체지방 감량에는 실패했지만, 일주일간의 체험은 결코 아깝지 않았다. “피부가 좋아졌다, “볼살이 빠진 것 같다”란 말을 자주 들었던 것과 상쾌한 몸의 상태를 생각하면 내 몸의 좋은 변화는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도전하기에는 역시 힘들 것 같다. 
* 인바디 : 체성분 분석기 
오도영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락토 오보(Lacto ovo)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lacto-ovo vegetarian). 유제품과 계란까지 먹을 수 있는 단계다. 하루라도 고기를 안 먹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모태 육식주의인 기자이지만 기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채식에 도전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건강이나 챙겨보자’라는 생각으로,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일주일동안 채식을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야 치맥 먹으러가자!” 채식하기 전 마지막 식사라며 그렇게 먹어 댔는데도 그 문자를 보자마자 침을 꼴딱 삼켰다. 결국 스스로 ‘모든 것은 의지의 차이’라는 명언을 되새기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는 끼니를 주로 편의점에서 때운다. 평상시와 같이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긴 할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입구로 들어섰다. 못 먹는 음식들을 다 제외시키고 나니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샐러드와 과일, 빵, 그리고 연세우유뿐이다. ‘일단 오늘은 이걸로 대충 먹고 라토 오보를 위한 요리법을 찾아서 만들어 먹어야지’하는 생각으로 집어든 물건들을 계산했다. 나의 첫 채식식단. 비록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포장지를 뜯고 먹는데! 혹시 그 기분을 아는지. 분명히 입 안에 들어갔는데 뱃속은 허전해 야식을 먹어야 하는 그 기분 말이다. 다음날도 여전히 허기지고 짜증이 나, 어제 찾은 요리법대로 만들어 먹을 엄두조차 못 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자의 하루 식단은 모두 빵과 흰 우유만으로 채워졌다. 편의점이나 학생회관 식당에 락토 오보 채식주의자가 먹을 만한 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 같은 식단이 물린 기자는 점점 끼니를 거르기 시작했고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을 보면서 채식이 끝나면 당장 먹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확고한 의지나 특별한 계기가 없이 채식을 시작하면 나와 같이 탄수화물 음식만 찾기 쉽다고 한다. 나는 채식을 통해 건강을 챙겨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대들도 막연한 생각으로 채식을 시작하지말길.
 
 염지선 기자
 
락토(Lacto)

 눈에 보이는 대로 빨리 빨리 끼니를 해결하기 바빴던 그동안의 식습관 탓에 나의 주된 식사 메뉴는 샌드위치나 김밥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취생인 나에게 가장 호화로운 식사는 달걀후라이와 햄 정도. 이런 좋지 않은 식습관 탓일까, 점점 망가져가는 피부와 몸을 되살려보자는 비장한 각오로 채식에 돌입했다. 나의 채식 단계는 고기 및 달걀은 먹지 않고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 락토(Lacto).
 채식 첫 날의 식사는 학관 카페테리아의 ‘그린밀’로 정했다. 이름부터 신선함이 느껴지는 그린밀에는 연두부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방울토마토 몇 개가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기자는 그린밀을 신성한 음식처럼 여기며 채소들을 조금씩 위 속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들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금세 소화돼 떠나고 말았다. 아, 락토인 내가 추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바나나우유 정도였다.
채식 3일차의 저녁, 채식 생활에 위기에 찾아왔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발표가 끝나고 마침내 다가온 성대한 뒤풀이 시간. 하지만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코앞에 두고 콩나물과 된장찌개만 야금야금 먹어댔다. 젓가락은 채소를 향하지만 눈길은 고기에 닿는 그 모순이란! 2차로 간 술집에 연두부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소주를 들이키는 내 속이 2배로 타들어 갔을 것만 같다.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채식생활은 반도 지나지 않았다. 나는 마치 내 주변에 CCTV라도 있는 양 매 끼니마다 음식 성분을 확인하며 락토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던 음식들이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됐다. 곡식으로 만들었다고 커다랗게 쓰인 ‘크xx피 롤’에도 계란이 들어있다니!
‘그래도 우유는 먹을 수 있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일주일을 버텼다. 예상은 했지만 채식주의자로 지낸 그간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러니 채식에 도전하고 싶다고 처음부터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랫동안 채식주의자로 지내보겠다는 의지는 채식 시작 전 날 먹은 치킨 맛이 그리워 7일차에 기승전치킨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으니.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비건(Vegan)
 
“내가 비건 할게” 일주일간 체험할 채식 단계를 결정하던 도중 기자는 쿨한 척하며 가장 엄격한 채식 단계를 선택했다. 어차피 일주일 동안 할 채식이니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우선 친구들이 있는 단체채팅방에 선언했다. ‘앞으로 내가 육류나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을 보면 말릴 것!’ 그리고 이 선언은 후에 지옥의 전주곡이 되었다.
 
몇 가지 동물성 식품은 허용하는 다른 채식주의자들과 달리 비건은 육류나 우유, 달걀 중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비건은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채식을 결심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비건들을 위한 음식이 인기를 끌기도 하기에 기자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국제캠 교내식당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교내식당의 음식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싶은 학교의 마음이 담겨있는지 동물성 식품이 빼놓지 않고 들어가 있었다. 그나마 밀가루가 주재료인 라면을 먹으려 시도해보았으나 ‘아마 라면스프에 고기분말이 잔뜩 들어가 있을 걸?’이란 친구가 웃으며 던지는 한 마디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밀가루를 먹을 수 있다고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내식당에서 밥 먹기를 포기한 비건이 국제캠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편의점 음식밖에 없다. 편의점에 들어가 밥과 김치, 김을 사서 먹고 있노라니 화가 치밀었다. 기자를 옆에서 지켜보던 외국에서 살다온 형이 말했다. “비건은 채식주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외국에서도 특수한 경우야” 기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비건은 음식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동물과 관련된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론 실크나 가죽과 같이 동물을 이용한 옷들을 입지 않기도 한다. 불행히도 기자는 채식생활을 하던 도중 이 사실을 알아버렸고, 이를 알 당시 이미 양모가 5%가 들어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비건을 완벽히 해내고 싶었지만 결심은 첫 날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식생활 부분도 결국 3일을 넘기지 못했다. 먹을 수 있는 것이 한정돼있는 비건은 주로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취사시설이 없는 국제캠에서 더 이상 비건으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매일 편의점에서 하는 빈약한 식사가 비건의 삶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실패한 스스로를 위로했다. 뼈아픈 실패로 깨달은 것이 있다. 비건은 채식에 관련된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다는 것! 혹시 비건이 되길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신념부터 확인해봐야 될 것이다.
 
박진형 기자
pjhy92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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