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을 들었다 놨다 해

   날이 선선해지면서 중도의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슬슬 조모임 시즌도 다가왔다. 첫 만남, 조장을 뽑으려는 순간 머릿속에는 벌써 ‘조별과제 잔혹사’라는 일곱 글자가 떠오른다. 조모임의 폐해를 재미있게 풀어내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했을 화제의 그 영상은 바로 『새러데이 나잇 라이브 코리아』(아래 SNL코리아)에서 나왔다. SNL코리아는 공감되는 내용뿐만 아니라 매번 트렌디한 개그를 시도해 젊은 감각을 지닌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할 당신을 위해 매번 ‘핫’한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NL코리아의 연출을 맡은 유성모 PD를 직접 만나봤다.


Q. tvN의 시즌제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 매주 SNL코리아 프로그램 제작 과정은 어떠한가? 
A. SNL코리아는 토요일 생방송에 맞춰 일주일 단위로 제작을 준비해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제작 준비가 이뤄져야만 하기 때문에 모두가 몰두를 하죠. 그래서 매일 작가, PD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회의시간을 갖습니다. 제작진들은 좋은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공감을 유발하기 위해 요즘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이슈가 있는지에 항상 주목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아가 조금씩 더 앞서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Q. SNL코리아는 미국의 NBC로부터 형식을 수입해 제작했다고 들었다. 기존의 SNL과 어떤 점이 같고 또 SNL코리아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A. 매주 게스트가 출연하며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구성은 원래의 SNL과 같습니다. 오리지널 SNL의 브랜드와 정통성을 전수받고자 했지만 내용은 미국의 프로그램과 많이 다릅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 벤츠가 벤츠 코리아를 내세워 현지화된 자동차를 생산하듯이 외국 브랜드를 가져와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존의 프로그램은 미국적인 코드, 현지의 문화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형식은 살리되 내용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제작하려고 해요. 
 
Q. 한국식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처음으로 시도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는가?
A. 처음 기획을 할 당시에는『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같은 개그 프로그램이 주류였어요. 따라서 SNL과 같은 새로운 형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데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특히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형식도,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도, 배우도 생소한 SNL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낯설어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웃음을 전하자는 자세로 임했어요. 그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낯섦’이 ‘친숙함’으로 변화돼 갔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SNL코리아의 새로운 시도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Q. 지금의 SNL코리아 인기를 떠올리니 ’낯섦’이 ‘친숙함’으로 변화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이 과정에서 SNL코리아의 어떤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A. ‘친숙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도 언급했듯이 항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지난 대선 시기에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코너로 정치 풍자의 비중을 높였던 것도 그 시기에 전 국민이 정치에 눈길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뿐만 아니라 최근 화제가 됐던 ‘조별과제 잔혹사’는 20대 젊은 작가들과 회의를 하던 중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반응도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우리 방송 애청자 중에는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제작진들도 대학생과 같은 젊은 감각으로 시대의 흐름을 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가 참 좋다. 그런데 제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아이디어 회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고?
A. 네, 실제로 제작진뿐만 아니라 크루 및 호스트들도 아이디어 회의에 활발히 참여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방송된 『SNL코리아』 임창정편에도 임창정씨가 직접 제시한 광고 패러디 아이디어가 쓰였어요. 프로그램이라는 게 제작진이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무대는 연기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시연하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어요. 연기자가 자체적으로 구현해내는 특성과 같은 것들은 제작진이 준비한 스토리텔링만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SNL코리아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매주 호스트를 섭외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호스트는 누구인가?
A. 열린 마인드로 참여해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해요. 그리고 생방송이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국민들과 호흡하겠다는 자세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대한민국의 토요일 밤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이라면 호스트로 적합한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호스트를 한 명만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카리스마의 대표인 최민수씨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새로운 시즌의 첫 출연자였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길어 자주 만났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한다기보다 영화 한 편을 찍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임했어요. 새벽 4시에 아이디어가 생각났다고 전화를 할 정도로. 그런 모습을 보니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던 것이 우연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민수씨가 프로그램에 완벽하게 몰입한 덕분에 방송의 격과 재미 모두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SNL코리아만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A.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엣지있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요? 시대를 바라보고 사람들의 관심사에 주목하려는 진정성이 웃음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포맷도 어필을 했다고 생각해요. Saturday Night ‘LIVE’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콩트별로 다른 세트장을 이용하고 그 이동과정을 노출시키는 등 드라마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어요. SNL코리아만의 생방송 리얼극 형태에 대해 방청객들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섭외하고 싶은 호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의 입에서는 하정우, 한석규, 김혜수, 전도연 등 여러 배우들의 이름이 끝없이 나왔다. 프로그램을 처음 제작하는 사람인 양 설레어하는 그의 표정에서 그가 SNL의 매력이라고 밝힌 ‘진정성을 담은 웃음’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열정 가득한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토요일 밤은 여전히 ‘핫’하다.  
 
 
글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사진 김경윤 기자
sunnynoon@yonsei.ac.kr
자료사진 SNL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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