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보다 갈등을 제공하는 사람’

‘불운의 인물로서 드라마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
  불과 8년 전의,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었다. *이렇듯 예전에는 장애인들의 신체적 불구가 심리적 불구로까지 확대되어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확.실.히. 달라졌다.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식의 무거운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 TV나 스크린 속 장애인의 모습은 더 이상 불쌍하게만 비춰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멋있고 매력적이다. 
 
"사람을 살리고 싶슴니다. 의사 할 수 있슴니다“
 
  기사를 다 읽기도 전에 머릿속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맞다. 의학 드라마 『굿닥터』의 주인공 김시온(주원)은 자폐를 앓고 있는 천재 의사다. 특정 영역에서 천재성을 지닌 자폐증을 ‘서번트 증후군’이라 하는데, 일반 지능은 평균 이하임에도 미술, 음악 등의 예술 영역과 수학, 과학 영역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포레스트 검프』, 『7번방의 기적』 등 이전에도 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통해서도 많이 다뤄져왔으나, 이번 『굿닥터』가 시사하는 바는 조금 달랐다. 여태껏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서번트증후군의 천재적인 능력은 복잡한 계산을 놀랍도록 단순하게 하거나 미술, 음악 같은 예술영역에 그쳤던 반면,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생사를 가늠짓는 '의사'의 역을 맡았기 때문. 일반적으로 자폐란 사회성이 떨어져 일상적인 사회생활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 의학 능력뿐 아니라 소통의 능력 또한 필수적인 의사가 자폐증을 앓는 설정을 통해 자폐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반대로 뒤엎었다. 거기에 시청자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는 훈훈한 외모까지 더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주인공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나봐” 

  장애, 또는 병을 ‘일상’으로 가져온 것은 스크린 속 치매환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병 치매. 그럼에도 드라마 속 노인들은 암은 그렇게나 많이 걸려도 치매는 절대 안 걸린다? 치매를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드라마에서도 극명히 드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는 고두심을 시작으로 치매환자는 서서히 드라마 속으로 들어왔다. 『그대 없인 못살아』의 김해숙, 『원더풀 마마』의 배종옥은 모두 치매를 앓는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극중에서 그들은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짐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가족구성원 중 한 명으로 비춰진다.  
 
  이렇듯 치매는 영상매체를 통해 ‘집안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다같이 고민하여야 할 문제이자 공감되는 인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손예진,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수애처럼 젊고 예쁜 여주인공이 냄비를 태워먹거나 카레를 손으로 먹는 등의 행동을 하며 치매를 앓는 것으로 그려지면서 치매는 이전보다 더욱 일상적으로 다가오게 됐다. 
 

*2005년 전국 성인남녀 가운데 비장애인 500명, 장애인 261명을 대상으로 드라마 속 장애인 인권 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가 진행하였다. 

글 오도영 기자
doyoungs92@yonsei.ac.kr
자료사진 KBS,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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