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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영화는 아름다운 무기입니다2013 장애인 영화제 PDFF
  • 오도영 기자
  • 승인 2013.10.12 14:53
  • 호수 5
  • 댓글 0

음악회, 미술관은 왠지 어렵게 느껴지지만 영화관은 괜히 참 가깝게 느껴진다. 별다른 예술적 지식이 없어도 그저 보고 즐기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누군가에겐 가장 어렵고 복잡한 예술이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영화는 보고, 듣고, 이해해야하는 ‘복합감각적’ 장르이기 때문에 눈이 안 보이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일반적 수준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든 사람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일 뿐이다.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면 비(非)장애인들에게만 즐길 권리가 허용된 이기적인 장르라 볼 수도 있지만, 장애인들은 굴하지 않는다. 여기,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이들이 있다.


보여주고 들려주는 영화관?
지난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 14회 장애인영화제(Persons with Disabilities Film Festival, 아래 PDFF)’가 열렸다. ‘장애인’영화제라고 해서 “장애인을 차별하지 맙시다”와 같은 진부한 메시지를 주는 사회적 다큐멘터리만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재만 장애인일 뿐, JIFF*나 BIFF**처럼 재미와 감동, 달달함까지 주는 영화들이 출품되는 일반 영화제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준다는 취지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이 영화제를 ‘재미없을 것’이라 단언하지 말길 바란다!) 아니, 오히려 특별한 것이 있다면 더 친절하다는 점? PDFF에서는 시각, 청각장애인 모두가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상영되는 모든 작품에 한글자막과 더불어 음성 화면해설을 제공한다. “휠체어 탄 여자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며 장면을 묘사하는 화면해설이 처음이라 낯설다면 잠시 눈을 감아보자. 소리만으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립(自立) : 시설의 반의어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경선과 초청부문으로 구성돼 있던 PDFF는 올해부터 ‘자립과 공존’이라는 대주제 아래 ‘탈(脫)시설’, ‘장애인미디어’ 등 소주제별 비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또한 우리사회의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었다. 잠깐, 여기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 탈(脫)시설을 짚고 넘어가자. PDFF의 많은 영화들은 장애인보호시설(아래 시설)을 비판한다. 비장애인들은 ‘일상적인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주는데, 그게 왜?’라는 생각에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일 뿐이라고 영화는 말한다.『종렬씨의 눈물』(윤정록作)에서 주인공 김종렬은 ‘자신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운동하고, 잠을 자야하며, 심지어 화장실도 ‘제 때’가야 하는 시설에서의 삶은 죽음과 다름없었다고 고백한다. 개막작인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에릭 뉴델作) 역시 비장애인이 관리하는 장애인센터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하며,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인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역설적이게도 독재자가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누군가의 보호와 통제 없이, 때로는 힘든 고난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는 ‘자립’인 것이다.
당신들의 아름다운 싸움을 응원합니다
PDFF의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만 된다면 주구장창 영화를 봐도 좋다. 장르도 다큐, 스릴러, 멜로 등으로 다양하게 마련돼있어 지루할 틈도 없다. 서너편의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그동안 알고 있던 장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르지 않습니다”라면서 오히려 차이를 명시하고, “장애인의 삶은 불행하지 않습니다”며 그들의 삶에 대한 인위적 동정을 불러일으켰던 캠페인과 문구 속에서 생겨났던 고정관념들이 한 번에 바뀌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아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 자리 잡힌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터. 과장인 것 같다면 우리가 살면서 장애와 장애인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돌이켜 생각해보자.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에릭 뉴델 감독은 “개인이 동등하게 살아가는 민주주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싸워야 하며, 나는 영화로 그 싸움을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이 조용하지만 강력한 싸움에 완전히 당해본(?) 한 사람으로서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아름다운 ‘넉다운’일터이니, 꼭 한 번 봐보라고!

*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 부산국제영화제(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글·사진 오도영 기자
doyoungs92@yonsei.ac.kr
자료사진 2013 장애인 영화제

오도영 기자  doyoungs9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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