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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방] 수면 부족이 부른 수면 부족

우리 기지는 24시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오후12시까지 잘 수 있다. 최대로 자는 시간을 계산하면 9시간정도이지만, 자는 시간에 아침 점호를 위해 일어나고 근무교대 준비를 하는 시간을 합하면 8시간도 못 자기 때문에 늘 피곤하다. 분대원 모두가 취침 중 근무에 투입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번 근무조에서 후번 근무조의 막내를 깨우면, 그 막내가 분대원들을 계급 순서대로 차례차례 다 깨우는 식이다. 이때 선임병을 차례차례 깨우는 것이 막내 입장에서 여간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 아니다. 후임병이 잘 자고 있던 선임병을 깨우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번 근무조에서 깨웠음에도 다시 잠들어서 근무 교대를 못해 분대원 전체가 욕을 먹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막내만 벗어나면 큰 골칫거리를 하나 더는 셈이다.

힘든 막내 생활이 적응되어가던 때 즈음, 드디어 나의 맞후임도 들어왔다. 내 맞후임은 말도 별로 없었고, 행동이 빠른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선임들을 안 깨워도 되기 때문에 행복했다. 내 맞후임이 이론 교육과 기지적응을 마친 한 달 후부터 전번 근무조에서 내가 아닌 나의 맞후임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정신없이 골아 떨어져있을 때 어렴풋이 이런 말이 들려왔다.

“김기현 일병님 근무교대하실 시간입니다.”

근무교대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정신이 들어 눈을 떴을 때, 내 맞후임의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려왔다.

“김기현 일병님 근무교대하실 시간입니다.”

얼마 안 잔 것 같은데 벌써 교대를 들어가야 한다니... 군복무 중에 잠에서 깰 땐 항상 이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봤는데 새벽 2시 30분쯤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누가 널 깨웠냐고 물었더니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후임의 실수로 잠에서 깼다는 생각에 화를 낼 뻔도 했겠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후임에게 자라고 하고 나도 다시 잤다.

우리는 24시간 근무를 쪼개어 세시간정도 간격으로 근무를 하게 된다. 18-22시 22-00시 00-03시 03-06시 6-9시, 9-12시, 12-16시 16-18시. 이렇게 8개의 타임을 세 분대가 돌아가며 근무한다. 우리는 그날 22-00시 근무를 했고 다음 근무 투입은 6시였던 것이다. 근무에 제대로 투입됐을 때 맞후임에게 왜 깨웠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진짜로 누가 절 깨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근무를 들어가야되는 줄 알고 김기현 일병님을 깨웠습니다.”

내 맞후임은 끝까지 잘못을 ‘어느 누군가’에게 돌렸다. 그렇게 내 파란만장한 군 생활은 시작되었다.

김기현(전기전자·11)

김기현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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