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내지? 

너무 늦은 안부편지이거나, 조금 이른 답장일 수도 있겠다.

너가 군대에 가기 전에는 정말 일주일에 한 번은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첫 편지가 되게 늦어서 민망하기까지 하네...!!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게(?) 첫 편지를 주려고 해.

너가 가고 난 후에 사실은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는 못 했어 생각보다. 그런데 뭔가 필요해지는 순간마다 전화가 와서 놀라기도 했어.

이상하게 마음이 답답할 때면 너가 생각이 났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마음이 답답할 때,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대학에 오고 나서 궁금해진 것들이 표면 위로 떠오를 때, 뭔가 표현하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솔직해질 수 없을 것 같을 때.

해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내 마음과 같을 거라고도 생각한 적 없었어. 그렇지만 그냥 내가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또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 같아.

(꼭 그럴 때만 보고 싶었다는 건 아냐! 그냥 심심할 때 보고 싶었던 적이 더 많아~!)

 

있지, 너의 우려와는 다르게 나는 매우 한가하게(?) 지내고 있어.

그런데 몸이 한가하다고 마음까지 여유로워지는 건 아닌 거 같아. 

몇 년 동안 차곡차곡 적어왔던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일이년 동안 한꺼번에 다해버린 것 같아. 후회하는 건 아니야 그때 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고 해서 지금 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 그렇지만 그때 모든 일에 하나하나 집중하고 온힘을 쏟은 건 아닌 것 같아서 그게 후회될 뿐이야.

그런데 아무튼 그렇게 다 해버려서 지금은 뭔가 공황상태인 것 같아.

날 제일 잘 아는 누군가가 요즘 난 지루해 보인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기는 한데 그걸 할 때 지루해 보인대.

듣고 되게 뜨끔했어. 내가 찾지 못하고 있던 나의 상태를 제대로 지적해 준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이제 정말정말 새로운 일을 다시 찾아볼까 해!

어쩌면 너도 지금 지루한 게 아닐까? 사실 너의 편지를 보면서 사돈 남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어! 아니, 넌 강제로 쉬고 있으니까 굳이 말을 안 해줘도 되는 걸까.

그래도 너도 신체적 여유말고 마음의 여유를 찾으렴!!

늘 느끼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주는 편지에는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나는 이렇다, 나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참, 마지막으로 국사보다 세계사를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이거 역시 나에게 하는 말이야...ㅋㅋㅋㅋㅋ

날씨 추워지니까 조심하고, 쉽게쉽게 생각하려고도 해보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렴!

 

이혜승(신방·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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