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갈등으로 휘말리고 있다. 지속되는 대화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대립된 두 가지 관점이 파국으로 치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결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며, 이로 인한 상처는 갈등을 초래한 사안이 해결된 뒤에도 남아 구성원들을 서로 반목케 하는 보다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2003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아래 처리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생생히 증언한다. 폭넓은 주민 여론 수렴 없이 처리장을 유치한 부안군은 이를 둘러싼 격렬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은 처리장 유치가 무산되었다. 처리장 유치가 무산되어 갈등의 원인이 제거되어 모든 갈등이 마무리되었어야 하지만, 극심한 갈등 후 부안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의 두 패로 나뉘어졌고 현재까지 갈등의 골이 치유되지 않았다.
최근 밀양의 송전탑 설치를  둘러 싼 갈등도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에 부딪쳐 공사를 중단했던 한국전력은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며 공사를 강행했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를 온 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현재 추이를 살펴볼 때, 송전탑이 결국에는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송전탑 설치가 완료된다고 해서 갈등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밀양의 사람들은 송전탑 설치를 찬성하는 이와 반대하는 이로 나누어져 서로 손가락질을 하다가, 송전탑이 세워진 이후에도 서로 왕래를 끊고 상종치 못할 사람들로 서로를 비난하며 반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욱 큰 갈등이 꼬리를 물고 지속될 것이다.
우리 대학교도 학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백양로재창조사업을 둘러 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동안 연합신학대학원 신축, 국제캠퍼스 설립, 그리고 용재관 철거 등과 같은 학내의 굵직한 갈등에서 드러난 갈등구조와 그 뿌리를 맞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학내 문제를 둘러싼 의견의 차이가 서로의 인격과 도덕성에 대한 손가락질로 변화하지 않도록 서로 주의할 일이다. 어렵게 성사된 ‘백양로재창조사업 협의체’가 갈등의 앙금을 남기지 않으며 의견의 차이를 지혜롭게 풀어주는 성숙한 문제해결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협의체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심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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