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제8회 BIO KOREA 2013 바이오산업 국제행사에서 미국 보건개혁의 자문을 맡고 있는 대안미래연구소 조나단 펙 소장이 참여했다. 조나단 소장은 “앞으로 10년 뒤에는 입는 컴퓨터로 몸 상태를 체크하여 가정에서 측정한 생체정보를 병원으로 바로 전송해 신속한 대처를 통해 다양한 질병예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최첨단 의료시스템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환자의 위치와 건강상태를 시시각각으로 알려주는 이 기술의 중심에는 바로 ‘전자태그 기술’(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아래 RFID)이 있다. 스마트한 건강관리로 환자들의 24시간을 책임지는 병원 속 ‘RFID 기술’은 무엇 일까?

의류사고를 줄이고자 도입된 RFID 기술

병원뿐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RFID 기술은 무선 랜을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의 도난과 복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우리대학교 도서관에서도 학생들의 도서관 출입과 도서 출납에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 기술을 도입하게 됐을까? 서울아산병원 정보통신팀 김천권 팀장은 “병원의 모든 일은 그동안 인력으로 진행하다보니 담당자의 실수에 의한 의료사고가 많았다”며 “사람의 실수를 줄이고자 환자의 정보를 바코드로 읽는 것에서 나아가 그 정보를 읽으면서 동시에 입력이 가능한 RFID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RFID 기술

현재 국내의 많은 종합병원에서는 RFID 기술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5년 국내 종합병원 최초로 RFID 기술을 전면 도입했다. 이 기술은 현재 RFID 칩이 내재된 손목밴드를 이용해 환자정보를 식별하고  스마트카드를 각 진료실에 설치된 전용리더기에 인식시켜 방문을 기록하는 기능에 사용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RFID 기술 이용에 대해 김 팀장은 “지난 2010년부터 우리병원은 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환자, 정신질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거나 무단이탈을 하는 등의 각종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RFID 기술을 통해 응급실 출입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외래환자들이 신속하게 의료검진을 받도록 검진의 순서, 검진실 대기시간 등을 수시로 안내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약품냉장고에 RFID 기술을 활용한 센서 태그를 부착해 적정온도 이하로 떨어졌을 시에 알림이 울리는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RFID 기술은 ▲병원의 고정자산 입·출고관리 ▲응급실 영상촬영 관리 ▲병원 직원들의 출퇴근 및 식수관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향후 RFID 기술의 발전과 전면 도입의 걸림돌은?

세브란스병원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바일 환자 내원체크 서비스와 모바일 신용카드기능에 환자진찰권카드를 결합하는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정보통신기술전문가들은 향후 RFID 기술 관련 서비스의 상용화에 있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정보실 이정헌 실장은 “지난 2005년부터 RFID 기술을 이용한 혈액체크 서비스 등을 진행했지만 RFID 태그를 부착하는 비용이 상당해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 재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아산병원 김 팀장 역시 “병원의 RFID 기술은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할 산업기술이라는 점에서 몇몇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1차적인 지원이 있어야 전면적인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팀장은 재정적인 문제 외에 RFID 기술의 전면적인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병원의 전문 인력 감축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팀장은 “사람이 하는 일을 시스템이 대신 하는 것이므로 RFID 기술로 할 것과 사람이 할 것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처럼 병원의 RFID 기술의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의료사고를 줄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미래의 우리들의 건강을 책임질 중요한 기술임은 분명하다.


김민섭 기자
minsub2580@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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