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영등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달시장’이 열렸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개최된 달시장은 영등포구가 주최하고 우리대학교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하자센터가 주관하는 마을장터다. 지역주민과 예술가, 영등포의 사회적 기업가들이 함께 여는 이번 달시장의 주제는 ‘달시장으로 예술하자’로, ‘예술장돌뱅이’와 ‘헬로우 문래’의 예술가들이 주제마당에 참여했다.

함께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예술장돌뱅이’는 지역축제나 나눔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집해 자신들의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예술가 집단이다. 이번 달시장에 참여한 예술장돌뱅이의 김현승씨는 주제마당 한 켠에 마련된 ‘꿈꾸는 건축사무소’ 부스에서 사람들이 꿈꾸는 집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김씨는 “꿈꾸는 건축사무소 예술장돌뱅이들은 집이 하나의 꿈이 된 현대사회에서 아파트처럼 기성화된 집이 아니라 마음에 꿈꿔온 집의 이미지를 한 장의 종이에 표현하고 있다”며 “예술가들이 개인 작업을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달시장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공간에서 예술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술장돌뱅이인 정솔씨는 ‘일상으로의 초대’ 부스에서 평소 우리 생활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로 트로피나 장식물을 만들어 방문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정씨는 “예술장돌뱅이는 전국 각지의 지역축제나 나눔장터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 협업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이번 달시장에서는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과 예술품을 교환하면서 12월에 계획 중인 전시회에 쓸 재료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폐쇄적인 작업실을 벗어나

‘헬로우 문래’는 영등포구 문래 지역의 독특한 자원인 철공소를 바탕으로 형성된 문래창작촌을 활용한 것으로, 일반인과 예술가들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문화예술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시작된 예술축제 협동조합이다. 달시장에 두 번째로 참여한 헬로우 문래의 조아라씨는 “각종 포장지, 종이가방 등의 재활용품으로 방문객들과 함께 가면을 만들고 있다”며 “작년에 비해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 달시장이 하나의 지역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옆 부스인 ‘외롭고 웃긴 가게’에서는 이율리씨가 점토로 만든 캐스터네츠를 진열해놓고 어린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다. 이씨는 “작가가 무한대로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바로 달시장”이라고 밝혔다. 달시장이 열린 하자센터 인근에 사는 김나리씨(37)는 “달시장은 매달 새로운 주제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며 “달시장에서는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많은 이웃주민들을 만날 수 있고 건강한 먹거리로 저녁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즐기고 나누고 먹고 체험하고

달시장은 주제마당 외에도 ▲풍성한 공연 및 이벤트가 이뤄지는 축제마당 ▲예술가들이 직접 제작한 패션소품 등을 판매하거나 재능과 솜씨를 뽐내는 솜씨골목 ▲영등포구 주민들과 사회적 기업ㆍ협동조합이 홍보 및 판매를 하는 나눔골목 ▲떡볶이부터 브라우니 등의 먹거리와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먹자골목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체험골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 축제마당에는 관악구의 ‘Hi리듬 어린이 합창단’과 민요 등 한국의 전통 소리를 푸근한 선율로 표현하는 여성 국악 듀오 ‘소요유’, 클래식과 가요를 망라한 다양한 장르를 관현악곡으로 재탄생시키는 ‘cl.sky’, 일본인 비눗방울 아티스트 오쿠다 마사시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마당에 섰다. 특히 오쿠다 마사시의 비눗방울 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동심의 세계에 빠진 듯 보였다.

솜씨골목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만든 가죽 공예품, 소이왁스 캔들, 팔찌 등의 예술품 이외에도 안전한 재료로 만든 반려동물 간식 판매 부스가 마련돼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솜씨골목 한쪽에 마련된 전통안마와 전신 크로키 드로잉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전신 크로키 드로잉 부스의 김윤지씨(27)는 “사람들을 만나 크로키를 하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라며 “달시장 부스에서 생기는 수익 중 일부를 쌍용차 ‘와락프로젝트’에 기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며 달시장의 취지를 뚜렷이 밝혔다.

축제와 커뮤니티의 장, 달시장

이번 달시장에는 20여명의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행사진행을 위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청년들을 지칭하는 ‘별무리’로 참여한 전수진씨는 “돈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과 자본주의의 틈바구니에서 달시장은 정이 우선시되고 개개인이 가진 것을 나누는 신기한 곳”이라고 활동 소감을 밝혔다.
달시장을 주관하는 하자센터 협력기획팀 이지현 팀장은 “사회적 경제 영역을 공유하며 청년 기업가들과 예술가들에게는 축제의 장을, 지역주민들에게는 커뮤니티의 장을 마련해 달시장 마을을 형성하려 한다”며 달시장의 취지를 밝혔다.
오는 10월 25일에는 ‘마을사랑’이라는 주제로 달시장이 열린다. 특히 10월 달시장은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서울청소년창의서밋’ 개막일에 함께 열린다.학교와 마을을 연계해온 교사와 청소년, 문화예술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청년들 그리고 마을 예술가, 지역주민들이 함께해 더욱 풍성한 축제가 달시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올 가을, 달시장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예술가가 됐다. 지역주민들은 물론 참여한 기업가들과 예술가들이 마을장터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로 달시장은 일상의 한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마을 축제를 지향하고 있었다.
 

 

글·사진 손성배 기자
89sungba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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