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로 재창조 사업의 시작이 교내에 거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캠퍼스의 중심이 되는 도로이자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백양로가 사라지고, 그 모습은 점차 퇴색될 것이다. 대학은 개발을 위한 사업을 해서도 안 되고,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백양로를 따라 그려진 그래피티에 표출된 학생들의 분노와 배신감을 목도했고, 또한 지난주에 참석했던 백양로 관련 회의에서 백양로 사업에 반대하는 교수진과 현재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행정부처 사이에서 실망감을 느꼈다.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다수의 반대운동과 그 기저에 깔려있는 도덕적인 힘들을 고려할 때, 현재 사업단이 구상중인 백양로 사업이 향후 많은 구성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행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다. 또한 본 사업은 시행초기단계에서 그 합법성을 결여했다. 사업단이 교수진의 의견을 듣고 사업에 관한 세부사항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이 계획을 수정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따라서 모두들 백양로 사업과 신촌 캠퍼스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한 목소리로 본 사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편에 서서 변화가 생길 때까지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논쟁에 대해 관찰하면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세계시민운동에서 볼 수 있는 한 문구가 계속 떠올랐다. 바로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라는 것이다. 본교의 경우, ‘또 다른 백양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백양로는 많은 차량과 스쿠터들이 통행하거나 도로 포장상태가 지나치게 낡은 채로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백양로에는 휴양 공간, 나무, 정원, 벤치와 함께 고전적인 분위기가 보다 더 필요하다. 지하주차장도 없고, 지상에서의 통행도 없어야 한다. 즉, 차량은 다른 출입구로 우회해야 한다. 백양로 사업은 백양로를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공사하기보다는, 환경적 측면의 중요성을 보존,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그렇다. 또한 백양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그 어떠한 사업들도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보전,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이다.
‘보전’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캠퍼스와 역사의 보전을 의미한다. 우리 캠퍼스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때로는 많은 곳에서 무시되었다. 백양로는 캠퍼스 전체를 개선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 안에서 연세 역사와 신촌 캠퍼스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연결시켜주는 독자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어느 곳이든 진정한 의미의 공간개선은 백양로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언더우드관은 본래의 용도대로 강의동으로 바꾸고, 교무처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어떤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스터플랜은 반드시 학교 구성원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민주주의’로 이어진다. 교수진과 학생들은 지금 이것에 대해 급박하게 외치고 있다. 지난주 교수회의에서 종종 영어로 언급되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었다. “상호이해, 합의, 적절한 절차, 연세인에 의한, 연세인을 위한” 이러한 말들은 민주주의가 캠퍼스 내 변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백양로는 점진적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대학들은 구성원 간의 회의를 통해 신중하게 고려한 후, 조심스럽게 이행한다. 구체적인 계획들은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 토론과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과 관련된 것이 바로 투명성의 원칙이다. 실제 공사량과 재정내역이 완전히 공개되고, 엄격하게 관리·감독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용이 정직하게 사용되고, 부패에 대한 우려 없이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민주주의 원칙은 백양로가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을 위한 장(場)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 사실 어떻게 구성원들의 명확하고 열렬한 지지와 동의 없이, 백양로가 과거 민주주의 투쟁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의 원칙이 있다. 이것은 많은 교내단체에서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원칙을 고려한다면 백양로 사업에는 최소한 세 가지의 주요한 문제가 있다. 첫째, 현재 사업은 이미 환경을 파괴했고, 앞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끼칠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나무가 재이식 된다고 해도 그 나무들이 새로운 지하주차장 위에서 생장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현행 사업은 더 많은 교통문제와 오염만을 야기할 것이다. 정말 신촌에 더 많은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가? 아니면 차량 통행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된 백양로 사업이 진정한 ‘녹색’미래의 물결인가? 셋째,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이다. 900억 원이라는 금액은 이런 종류의 사업에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액수이다. 현재 사업에 드는 900억 원이 정당화 된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교수진에게 배정된 학생의 비율이 서울대와 고려대보다 높으며, 교수들이 몇 년 동안 급여인상도 없이 지내고, 최근 교수들의 연구지원도 축소된 상황에서 어떻게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송도 캠퍼스에 이미 학교 재정의 많은 부분을 쏟아 부었고, 백양로 사업은 또 다른 소모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백양로사업 대신에 앞서 언급한 ‘보전, 민주주의, 지속가능성’과 같은 핵심적인 가치들을 반영한 다른 형태의 백양로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교수, 학생 그리고 동문들도 함께 참석하여 사업 추진단에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논의를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샤틀 한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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