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식을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맛본다. 점점 더 똑똑해지는 소비 시장에서 먹음직스러운 색감을 갖지 못한 음식은 선택받지 못한다. 보이는 것이 거의 전부가 돼버린 시대에서 ‘색’의 역할은 상상 그 이상이다. 수 십 년간 많은 브랜드들이 색으로 고객들을 유혹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지금부터 환상적인 색의 세계, 컬러마케팅의 비밀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빨간색, 침샘을 자극하다.
 
  빨간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무엇일가? 답.정.너.* 다.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위는 7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은 ‘코카콜라’라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머릿속에는 ‘빨간색=코카콜라’가 이미 공식화돼 있는 것일까? 우선 빨간색의 강렬함이 콜라의 톡 쏘는 짜릿한 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브랜드 회상률을 높였다. 뜨거운 날씨에서 느껴지는 붉은 색 이미지도 크게 한몫했다. 무더운 날의 기억을 떠올려보라. 붉게 타오른 태양을 보고 콜라의 빨간 로고를 연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빨강’을 무기로 코카콜라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신흥강자가 있었으니 바로 ‘신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새빨간 바탕에 검은색으로 쓰인 ‘신(申)’은 죽어있던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 신라면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라면의 본고장 중국에서도 빨간색 덕을 톡톡히 봤다. 전통적으로 빨간색이 중화문명에서 부를 상징해왔기 때문이다. 신라면의 성공으로 자매품 새우깡 또한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했던가. 최근 신라면은 새로운 시리즈 ‘신라면 블랙’에서 흥행몰이에 참패했다. 당신도 이미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느낌 아니까~  
 
하얀색도 튈 수 있다?
 
  그래도 모를 것 같은 당신을 위해 준비해봤다. 신라면 블랙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나 ‘색’에 있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그대로 담은 라면답게 제조사는 VVIP급 프리미엄 컬러마케팅으로 ‘검정색’을 선택했다. 흥행보증 수표 빨간색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가격 또한 1천 원대가 훌쩍 넘게 책정하는 등 명품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과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 결과는 처참했다. 고급화 전략이 서민 식품인 라면에 통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지만, 빨간색을 버림으로써 식욕 자극 효과가 줄어든 점도 큰 이유였다. 조유성(심리·12)씨는 “몸에 나쁜 줄 알고 먹는 라면을 고급스러운 블랙으로 포장했다 해서 딱히 더 끌리진 않았다”며 “차라리 그대로 빨간색을 고수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던가. 무리한 예산 투입으로 제조사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여기 신라면 블랙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색(色)다른 라면이 있다. 바로 하얀 국물 라면이다.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으로 대표되는 하얀 국물 라면은 빨간 국물만이 주류였던 라면 시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소비자들은 순식간에 맑고 하얀 국물의 깔끔한 이미지에 열광했다. ‘왠지 하얀 국물은 몸에 덜 나쁠 것 같아’라는 생각이 그들을 움직인 것이다. 
  하얀 국물 라면과 비슷하게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꼬집으며 급부상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이다.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확~오지 않는가? 이 제품은 바나나 우유하면 떠오르는 노랗고 뽀얀 우유의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색소 첨가 제품에 일침을 가하는 노이즈 컬러 마케팅을 통해 하얀색의 순수함와 무색소 천연의 특성을 적절히 매치시켰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하얀색은 튀는 색깔 마케팅 사이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반전 있는 컬러였다.

노란색, 친숙함을 더하다.
 
  빨간색의 대표주자가 코카콜라였다면 노란색에는 ‘맥도날드’가 있다. 이러한 맥도날드의 상징, 노란색도 ‘색’의 기능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한다. 노란색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흑백 다음으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원색이다. 바다 건너 온 맥도날드가 왠지 친숙하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여기 숨어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맥도날드의 노란색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빨간색 바탕은 경쾌함을 줘 가벼운 패스트푸드의 속성과 갓 나온 따뜻한 햄버거를 연상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노란 감자튀김’을 보고 ‘노란 M’을 떠올리는 사람은 기자뿐이 아닐 것이다. 김진아(정외·12)씨는 “신촌거리에서 맥도날드 로고를 볼 때마다 빨간 상자 안에 푸짐하게 담긴 바삭한 감자튀김이 연상된다”며 “확실히 다른 패스트푸드점을 지날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에 의하면 노란색이 패스트푸드의 대표 음식인 감자튀김을 연상시켜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회상 정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독일 맥도날드가 그들 브랜드의 상징인 로고 색을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꿔 큰 화제가 됐다. 이유는 다름 아닌 초록색의 친환경적 이미지 때문!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실제로 맥도날드(독일)의 베크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로고의 색 전환과 함께 맥도날드는 자연과 자원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사실 패스트푸드 1위 업체인 맥도날드는 대중들로부터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끊임없는 질타를 받아왔다. 대중들이 떠나갈까 두려웠던 것일까. 맥도날드는 반세기 가까이 유지해온 빨간 바탕색을 초록색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김정선(경영·10)씨는 “기존의 맥도날드는 건강하지 못한 공정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변화가 그저 보여주기식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맥도날드의 ‘아이덴티티’인 노란색은 그대로라 한다. 아마 인류가 햄버거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 한 맥도날드와 노란색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왜 하필 ‘색’인가?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순서로 오감을 모두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시각은 무려 9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기업들이 ‘색’을 신중히 결정하는 게 당연해진 이유다.
  그렇다면 최근 컬러마케팅의 핫이슈는 무엇일까? 대형 브랜드에서 이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원색들을 이용한 탓에 신형 브랜드의 선택 폭은 크게 줄었다. 그래도 어디에나 틈새시장은 있다. 고래 등 싸움에서 새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색’에 있다. 스마트폰 브랜드 ‘베가’의 경우, 블랙 앤 화이트로 우중충했던 스마트폰 시장에 갈색 모래 폭풍을 몰고 왔다. 베가가 선보인 골드 브라운 컬러는 대부분 무채색이었던 IT기기의 차가운 이미지를 극복하고 소비자가 갈망하던 따뜻함을 보여줬다. 골드 브라운 베가의 흥행으로 ‘스마트폰은 깔끔한 무채색이 최고지!’라는 공식은 깨졌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차별화된 틈새 컬러를 내놓았다. 
 
  여전히 틈새시장의 기회는 많다. 지금도 수많은 컬러 마케터들이 제2의 갈색폭풍을 기대한다. 우리가 접한 색의 세계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하면 더할수록 깊어지는 것이 색의 세계이기에. 작은 변화가 일으키는 거대한 폭풍, 바로 색의 힘이다. 
 
* 답.정.너. :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라는 뜻의 신조어.
 

남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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