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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색각이상자, 그들은 이상하지 않다황당하거나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 염지선 기자
  • 승인 2013.09.16 00:11
  • 호수 4
  • 댓글 0

빨주노초파남보. 흔히 말하는 무지개색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 중 몇 가지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을 색각이상자*라고 부른다. 이상자라고 하면 어딘가 불쌍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들의 삶은 오히려 재밌다. 어떤 면에서 그러냐고? 눈동자를 아래로 향해보자.

주커버크 “난 파란색이 좋아요”
전 세계 4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SNS, 페이스북(아래 페북). 페북에 한번쯤 들어가 봤다면 페북이 온통 파란색과 흰색으로 이뤄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단순하게 2가지 색만으로 홈페이지를 구성했을까? 그 비밀은 페북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아래 주커버그)의 눈에 있다. 그의 눈이 파란색이라서 파란색인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바로 주커버그가 적록색각이상자이기 때문이다. 적록색각이상이란 글자 그대로 적색과 녹색에 대한 감각이 둔해 정상색각자가 보는 색과 다르게 보는 것을 말한다. 결국 페북의 메인 컬러가 파란색인 이유는 단지 적록색각이상자인 그가 볼 때 파란색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홍록기, “90만원 더 받은 이병진, 너는 록키(lucky)”
틴틴파이브 출신 유명 개그맨 홍록기도 주커버그와 같은 적록색각이상자다. 그로 인해 동료 개그맨인 이병진의 결혼식에서 웃픈(웃기다와 슬프다가 합쳐진 신조어)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씨의 결혼식에 초대된 홍씨는 축의금으로 10만원권 수표 5장을 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홍씨가 낸 축의금은 140만원이었다. 왜? 난 100만원권 수표도 들고 다닌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럼 다행이지만, 불행하게도 아니다. 적록색각이상으로 인해 100만원권 수표와 10만원권 수표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축의금 금액을 본 이씨는 ‘록기가 내 결혼을 정말 축하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홍씨는 좀 웃펐을 것이다.

색맹의 섬 핀지랩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제도에는 특별한 ‘흑백 섬’ 핀지랩이 있다. 핀지랩은 인구가 200명이 채 안 되는 섬이지만, 전체 인구 중 약 10%가 선천성 전색맹이기 때문에 ‘색맹의 섬’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세상이 온통 흑백으로 보이는 전색맹은 0.0005%의 희박한 수치로 발생할 정도로 희귀하다. 그런데 유독 핀지랩에서만 전색맹이 희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1775년에 발생한 태풍 때문이다. 태풍으로 인해 고작 20명만 생존했고, 이 사람들은 인구증가를 위해 불가피하게 근친교배를 했다. 그 결과 전색맹과 약간의 빛에도 실명을 초래하는 눈 질환이 나타나게 됐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을 불행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색맹이기 때문에 정상색각자보다 많은 별을 관찰할 수 있고 어두운 밤도 마치 가로등이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색각이상자를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불쌍하다? 안타깝다? 아니, 오히려 정상색각자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그들의 삶은 즐겁고 특별하다.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본 당신도 이제 알 수 있지 않은가.
*색각이상 : 색각이란 빛의 파장을 느껴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고 사람은 약 160개의 색을 구별할 수 있다. 이때 색을 식별하는 망막 원뿔세포의 선천적 기능 이상 또는 후천적인 망막 원뿔세포의 손상이나 시각 경로의 이상으로 색깔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감각의 이상을 색각이상이라 한다.
염지선 기자
jsyeom@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이미지

염지선 기자  jsyeo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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