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실현 페스티벌 프로젝트 one day shot

 매일 스쳐지나가는 주변의 수많은 공간들. ‘찰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우리의 일상은 ‘기록’이 된다. 하루 종일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사진을 매체로, 현재의 서울의 모습을 이해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이 모여 시작된 ‘상상실현 프로젝트 원데이샷(ONE DAY SHOT)(아래 원데이샷)’프로그램에 주목해 보자. 서울의 24시간을 담고자 기획을 맡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일권씨를 비롯해 4명의 멘토 작가, 2명의 세미나 작가, 운영과 진행을 맡는 생활예술사진가 조교 그리고 심사를 거쳐 선발된 아마추어 사진작가 44명이 하나로 뭉쳤다. 

 
0시부터 24시까지
 
  홍대의 24시간을 담은 『홍대의 하루』라는 책을 알고 있다면 원데이샷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과거 홍대의 일상을 기록한 원데이샷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오롯이 이 책에 담겨있다. 홍대 지역으로 한정돼 있던 프로젝트의 범위를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현재는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해 진행 중이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원데이샷은 동시대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문화적 환경 그리고 사회적 현상을 기록함으로써 현재의 서울의 모습을 이해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신진 사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상상실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9월 7일 0시부터 24시까지 촬영한 사진들이 홍대 상상마당에 전시되고 사진집으로 발간되는 한편 오는 11월 개최되는 상상실현 페스티벌에서는 우수작가 사진 프레젠테이션 및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신진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후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참가자도 많다. 라인석 작가는 여러 아트 페어에 참가하는 등 전업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고, 전미진 작가 또한 여러 사진 전시들에 참여하며 진지하게 사진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비상’ 당신의 하루를 기억합니다. 
 
  이번 원데이샷의 주제는 ‘일상비상’이다. 사람, 문화, 거리패션, 명소, 병원, 재래시장, 클럽, 작업실, 놀이터, 주택가 등 모든 일상의 소재가 카메라에 담기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담고자 하는 하루의 기록을 좇기 위해 아침 8시, 서서울팀의 프로젝트 현장에 직접 발을 들여 보았다. 
   지난 7일 밤 12시부터 촬영을 시작한 팀원들은 아침 모임  을 위해 홍대 상상마당 앞에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자유로운 옷차림에 카메라를 메고 나타난 사람들은 “새벽에 사진 좀 찍으셨냐”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멘토 노순택 작가는 오늘 서울 곳곳을 돌아다닐 예정이라며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다. 팀원들이 모두 모이자 그들은 둥글게 모여 “많이 듣고 관찰하고 생각하라”는 노 작가의 격려를 들으며 하루의 시작을 함께했다. 프로젝트를 위해 떠나기 전 수줍게 단체사진을 찍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에서 사진을 향한 이들의 열정이 묻어났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바삐 촬영을 떠난 팀원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늦은 아침 식사를 함께하기 위해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사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하나가 된 듯했다. 
  미술을 전공해 현재 아트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윤서(31)씨는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예예매하러 갔다가 우연히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노순택 작가의 『사진의 털』을 보고 서서울팀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녀는 평소 휴대폰으로 그때그때 사진을 찍는 편이며, 사진에 글을 덧붙여 ‘이미지를 쓰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오늘의 촬영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어색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나는 것, 우스꽝스러운 대상을 찾아 사진을 찍고 싶다”며 “사라져가는 웨딩타운, 주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을 사진에 담아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팀원들 중에는 전문 사진작가들도 많이 있었다. 서울의  하루를 기록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그들에게도 역시 이 프로젝트는 소중한 기회이다. 현재 사진단체에 소속돼 있는 모지용(29)씨는 서울시청 갤러리 전시, 아시아프* 등에 작품을 내며 다양한 활동하고 있는 전문작가다. 그는 ‘KT&G’ 사진 분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원데이샷 프로젝트의 조교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이미 원데이샷에 능숙하다.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상상마당의 후원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 좋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마추어는 아니지만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순수 아마추어 작가인 건축학 전공생 이소영(22)씨는 평소 취미로 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 모습을 본 친구가 프로젝트를 추천해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일부인 세미나 교육을 통해 “사진에 대해 몰랐던 지식들, 사진을 바라보는 방식 등에 대해 배우게 돼 좋았다”며 프로젝트의 시작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진의 무한한 매력으로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다
 
  식당에서 나와 커피 한 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 뒤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팀이 맡은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촬영을 시작했다. 주제도 코스도 다양했다. 그들은 홀로 걸으며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의 카메라 속에 담아냈다.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길을 나선 3명의 작가들을 따라 상수역 쪽으로 함께 걸음을 옮겼다.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리다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사진에 재미를 느꼈다는 이지예(26)씨는 “오늘 하루 20살의 여자들을 주제로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살려 찍을 것”이라며 셔터를 눌러댔다.
  번화가인 홍대 근처를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색다른 그림의 공간을 볼 수 있었다. 합정동 주택가의 공사현장, 소규모 카페와 빌딩들. 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내민 방향으로 함께 눈길을 돌리다보니 스쳐지나가던 공간이 새롭게 다가왔다.
  계원예대에서 사진을 전공했다는 한재현(31)씨는 사진 일을 쉬고 있는 중이라 사진을 다시 하게 될 기회를 만들고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사진을 찍고자 한다고 하루의 다짐을 밝힌 그의 표정은 진지하지만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사진은 쉽고 재미난 일일수도, 또는 어렵고 생각이 많이 필요한 작업일 수 있다. 이것이 사진의 매력일 것이다. 서서울팀 담당 멘토 노순택 작가는 “세상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기에 단지 보기 좋은 사진이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노 작가는 “하루 동안 걸으면서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라”며 관심을 갖고 타자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게, 오래보는 훈련을 하며 많은 것을 느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천만 명을 넘는 시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사진’이라는 것을 매개로 사람들은 새로운 소통을 하곤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바라본 서울의 하루가 모였을 때, 그 작품들을 비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원데이샷을 정의한 노 작가의 한마디처럼. 24시간의 하루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움직이기에 매우 다채롭다.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24시간 시계를 늦추고 세상을 관찰해보자. 잠시만요, 사진 한 번 찍고 가실게요~ 색다른 느낌 아니까!
 
*아시아프 : 국내 및 아시아지역의 젊은 작가를 선발하여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국내 최대의 '아트 페스티벌'
 

글, 사진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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