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선 탄탄한 재정 확보는 필수적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확충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만약 확충 가능하였던 예산이 어느 순간 반 토막 혹은 그 이상으로 삭감이 된다면, 그 조직 활동의 유연성은 심각하게 줄어든다. 최근 본교에서 시행한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 방식에 따른 부작용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학생들이 자율경비를 납부하지 않음으로서, 학내 조직의 운영예산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학내의 자치조직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이유야 어찌 됐든 대다수의 연세인들은 자율경비를 납부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나 지난학기부터 시행된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의 납부방식이 이번 학기에 변경되었기 때문에 재정 확보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에겐 내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지출, 혹은 학내 자치조직의 서비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체감 효율성의 미비 등 갖가지 이유로 자율경비 납부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선택에 비판을 가하기는 어렵다. ‘합리적 행위자’의 측면에서는 자율경비 납부 거부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개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더 경제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자율경비를 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납부하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자율경비 납부율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이로 인해 각 자치부서의 예산이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결국 학생 개개인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예산이 줄어들게 되면 조직의 규모와 활동 내역은 현저히 감소될 것이다. 대다수의 학내 자치조직과 기구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제 구실을 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좀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통폐합, 존폐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학기 예산 감축 결과로 인해 동아리 연합회에 납부하는 동아리 박람회 참가비가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증가하였고, 연세춘추의 발행부수가 감소하였다. 예산 감축에 따른 피해는 점차 구체적이며 가시화될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조직들이 축소되고 사라진다면 이에 따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의견 및 요구사항들이 공론화되기 어려워지고, 학교 측 결정에 대한 학생차원의 견제가 힘들어진다. 또한 재학생이 누릴 수 있는 복지에 대한 혜택도 상당수 줄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에 대해 ‘연세대 학생’이라는 이점을 누릴 수 없는 외부인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된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자율경비들은 마치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처럼 학생 대다수가 당연하게 내야 하는 돈으로 여겨 큰 불만 없이 납부했었다. 그런데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가 시행되자 이제는 자율경비를 불필요한 경비, 내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여기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국가는 세금 납부를 국민의 양심에 맡기지 않는다. 자율경비 선택 항목에 해당되는 조직들이 모두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임을 감안할 때, 꼭 필요한 조직들의 재정 확충을 개인적 차원에서의 양심이나 필요성에 호소하기보다는 학교차원에서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를 최소화하고, 자치기구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윤영주(응통·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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