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학기부터 학생회, 학내 언론사 등에 대한 자율납부가 시행되었다. 자율 경비는 시행 전부터 시행하게 된 경로며, 예상되는 결과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으니, 자율 납부가 시행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지금까지 자율경비에 대한 학내 언론사와 학생회의 불만이 여전한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학생회와 학내 언론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경비가 ‘자율’납부가 아니었을 땐 아깝지 않았던 몇 만 원이 ‘자율’이라는 말이 붙어 ‘자율 납부’가 되자, 내기 귀찮고 아까운 돈이 되었다. 그 결과 지난 1학기 자율경비 납부율은 처참한 수준을 기록했다. 제 50대 총학생회 포커스 온 스토리에 따르면 2013년 1학기 총학생회비 납부율은 약 29%였다. 학내 언론사 관련 자율경비는 총학생회비 납부율에 한참 못 미치는 18%였다. 단순한 수치만 보더라도 학생회와 학내 언론사들이 겪을 자금난이 예상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단순한 예상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과 특성상 학내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주변인들이 많다. 학기 중이든 방학 중이든, 자신의 시간을 반납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때로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칭찬을 받자고 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읽지 않아’, ‘나는 듣지 않아’ 혹은 ‘아깝다’ 등을 이유로 그들을 외면하는 학생들을 보기 위함은 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힘 빠지는 상황에서도 학내 언론인들은 취재를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비용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자율 납부’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장 사용하지 않는 것에 돈을 내기 아까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 당장 사용하지 않아서 학내 언론사에 자율경비를 내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학생회에 대한 자율 경비 납부율이 30%가 되지 않는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은 ‘자유’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변명일 뿐이다. 나 역시 2013년 1학기, 자율납부가 시작될 때 고민을 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여러 기관을 위한 경비 납부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나 하나 납부하지 않는다고 누가 알까’, ‘다른 사람은 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가까운 사람들이 언론사에 몸담고 있지 않았으면, 나는 자율 경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을 것이고, 아마 경비를 납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율경비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막연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 자율경비는 내가 직접 사용하지도 않는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내야하는 아까운 돈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낸 경비가 어디로 쓰이는지 알 수 있는 투명한 체계이지, ‘원하는 사람만 내라'는 식의 시스템이 아니다. 의무가 없으면 자유도 없다. 학생회와 학내 언론사 운영에 대한 책임은 학생회와 학내 언론사와 더불어 생기는 자유를 누릴 학생 모두가 지어야 할 의무이다. 학교의 역사적 상징물이었던 용재관이 한 줌 재로 사라졌다. 사진으로만 기억될 용재관처럼 몇 십 년간 우리의 일을 대신해줬던 학생회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학내 언론사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리쳐야할 학생회와 학내 언론이 재정난으로 목소리를 잃고 있다. 목소리를 완전히 잃고 나서 후회해봤자, 그 후회마저 아무도 듣지 않는 메아리로 울릴 뿐이다. 모두가 경비 납부가 필요한 것은 알고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경비 납부를 의무로 지정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류진우(신방·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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