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에게 퇴직은 아쉬움과 감격이 함께 묻어 나오는 사건이다. 수십 년간의 연구 생활을 종료하고 재야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 서운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공식 직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지적 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다. 철학자 몽테뉴는 자신의 노년을 ‘정신의 축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 퇴직하신 교수님들의 활동을 보면 진정 연구자의 인생은 65세 이후부터 새로운 모드에 접어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교원퇴임식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과 동시에 거룩한 시간이다. 교수는 다른지식인과 차별화되는 존재다. 여러 사회과학자들이 이야기해 왔듯 교수는 역사적 존재다. 그 대학의 전통, 그리고 동료 커뮤니티,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제도적으로 ‘합의’한 기준에 충족하는 사람이어야만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인정받듯, 교수 역시도 독립성과 지적 책임을 지닌 제도다. 따라서 그 자리를 종료한다는 것은 본인을 인준해 준 커뮤니티와 청중들에게 공적으로 표해야 할 예의인 셈이다.

필자는 매년 교원 퇴임 예배의 음악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랜 봉사 기간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시는 교수님들의 퇴임사를 통해 매년 새롭고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그분들의 말씀에 놀랄 만큼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연세대학교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직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했던 동료 교수들과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석학들이 남긴 이론적인 기여 못지 않게 진정성과 통찰력으로 가득한 것이 바로 퇴임사다. 그래서 매년 필자는 음악대학 학부생들로 구성된 콘서트콰이어 단원들이 교원 퇴임 예배에 참관하고 경험을 공유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 자체로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신임 교수들과 직원들은 원로 학자의 발자취와 경험을 전수받는 자리이며, 학생들에게는 진정성, 겸허함을 갖춘 역할 모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세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감사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퇴직 교수 본인의 교원 퇴임 예배 참석률이 줄고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많은 퇴직 교수님들께서 직접 행사에 참석하셔서 연세에 대한 사랑을 기꺼이 나누어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교원퇴임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연세대학교가 한 사람의 훌륭한 석학을 위해 마련한 제도적 조건에 감사하고 그를 앞으로도 이어나가고자 하는 정신의 향연이다. 우리를 이끄셨던 최현배 선생님, 홍이섭 선생님, 박태준 선생님과 같은 위대한 석학들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퇴임 말씀을 남겼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연세 지성 사회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교원 퇴임 예배를 하나의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김혜옥 교수(음악대·교회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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