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는 지난 2005년 ‘연세비전 2020’을 선포하며 혁신을 위한 과제 중 하나로 행정 효율화를 제시했다. 학교 행정시스템의 경쟁력은 행정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직원의 업무환경을 개선하함으로써 제고될 수 있다. 이는 우리대학교의 장기적인 발전과도 연결된다. 교수들의 연구와 강의, 학생들의 학습과 활동이 모두 우수한 행정시스템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행정시스템은 본교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을까. ▲업무 전산화 ▲업무분권화 및 인사제도 측면에서 우리대학교 행정시스템의 효율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 및 남은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우리대학교 신촌캠 행정조직은 총무처, 교무처, 학생복지처 등 11개 행정부서와 17개 단과대 사무실, 63개 과 사무실로 세분화된다. 2012년 자체진단평가보고서(아래 보고서)의 교직원 및 학생 현황(2012학년도 4월 1일자 기준)에 따르면 우리대학교 교원은 전임교원 1천 580명, 비전임교원 1천 20명을 합해 총 2천 600명이고, 직원은 총 853명이다. 재학생 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해 3만 753명이다. 교원은 1인당 약 12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직원은 1인당 36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꼴이다.

원주캠 행정조직은 기획처, 교무처, 입학홍보처 등 7개의 행정부서와 6개의 단과대 사무실, 28개의 과 사무실로 나눠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주캠 교원은 전임교원 3백68명, 비전임교원 1백30명을 합해 총 498명이고, 직원은 총 186명이다. 재학생 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합해 9천 48명이다. 교원은 1인당 약 18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직원은 1인당 약 48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어 신촌캠보다 행정업무가 과중된 측면이 있다.
 

ERP시스템 도입으로
업무 전산화 이뤄져

행정 효율화를 위해서는 단순 업무의 전산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리대학교 신촌캠 학술정보원은 정보통신시스템 부문을 담당하는 ‘정보화추진팀’을 따로 두고 있다. 정보통신시스템은 ▲학사정보시스템 ▲ERP행정정보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 Software, 아래 ERP시스템) ▲그룹웨어시스템이 맞물려 구성된다. 학사정보시스템은 교과, 졸업, 휴·복학 등 교육관련 업무들을 담당한다. ERP시스템은 학교나 기업 내 자원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개발된 정보시스템으로 모든 자원의 흐름을 정확히 추출해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룹웨어시스템은 전 부서를 종합적으로 매끄럽게 운영하기 위한 전자결재, 부서 간 연동 등을 담당한다. 정보화추진팀 조수정 팀장은 “이 시스템으로 누구에게 어느 서류가 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보류’의 개념이 사라지고 서류 결재가 매우 신속해졌다”고 말했다.

이 중 ERP시스템은 행정 효율화에 핵심적인 요소로 ▲구매관리 ▲시설관리 ▲재무회계 ▲관리회계 ▲연구관리 과정으로 구성돼 주로 ‘돈’에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00년 우리대학교 신촌캠에 도입됐다. ERP시스템은 본래 기업이  여러 지점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많은 데이터가 쌓일 때 그것을 수치화해 자료의 빈틈을 찾기 쉽다는 장점을 지닌다. 조 팀장은 “ERP시스템을 국내대학에 도입한 건 우리대학교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초기 도입단계가 복잡해서 도입 당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전했다. 예전에 몇 가지 물품을 샀다면 한 전표에 작성하면 됐지만, EPR시스템 도입으로 인쇄물, 비품, 책상 등 유형별로 분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과도기를 지나 안정된 상태다.

원주캠의 경우 지난 2005년 ERP시스템을 도입해 과거보다 효율성이 우수한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과거에는 전산망을 자체 개발해 사용했다. 그러나 자체 개발된 전산망은 개발자 외에는 다른 사람들의 사용이 불편하고, 전산망에 변화가 있을 시 변화 전과 후의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아 이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단점이 있다. 유지, 보수비용 또한 많이 소요돼 효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2005년 ERP시스템을 도입하며 원주캠 행정시스템은 혁신을 이뤘다. 원주캠 경영학부 신택수 교수(정경대·데이터마이닝)는 “ERP시스템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산망인데, 이를 학교의 시스템에 맞게끔 도입해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이로 인해 장기적인 계획 내에 예산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ERP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RP시스템을 모든 캠퍼스에 설치하는 동시에 교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원주캠 이인성 부총장은 “ERP시스템 도입이 쉽지는 않았으나, 도입 이후 회계 집행의 투명성이 가능하게 됐다”며 “ERP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성보다는 투명성”이라고 말했다.


업무 분권화와 체계적인
인사관리 이뤄져

우리대학교의 행정 전문화 및 효율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행정업무 분권화와 체계적인 인사제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본부 행정부서 간은 물론이고 단과대 사무실 및 과 사무실 등 기층단위 행정체계 간의 적절한 업무분할이 요구된다. 우리대학교 행정시스템의 업무분할 상황에 대해 기획실 이헌묵 기획팀장 은 “단과대 사무실과 과 사무실은 학내 업무를 담당하며 본부 부처는 대외적이고 총장의 승인이 필요한 일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인사제도를 위해 기획실은 주요 조직 구성을 담당하고 교원 인사는 교무처에서, 직원 인사는 인사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계약직원 채용은 단과대 사무실 및 과 사무실에서 관할한다. 가령 교원을 채용하는 경우, 신임교원 TO가 발표되면 우선 단과대별로 어느 과에서 교수를 뽑을지 인사위원회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 결과가 보고되면 교무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과대학 김경숙 행정팀장은 본부부서와의 행정업무 분담에 대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고 협조적으로 결정된다”고 전했다.
직원 교육의 경우, 일 년에 두 번씩 정보화추진팀이 각 부서에 공지를 한 후 정보화추진팀장 혹은 외부강사가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팀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총무처 인사팀 이성용 과장은 “사안별로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거나 여러 부서에서 인력이 필요한 경우 TFT(Task Force Team)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주요 부처에서 기안을 작성해 결재공문을 올리면 직원들은 그룹웨어를 통해 공문을 확인하고 필요한 직원과 연결돼 TFT가 구성된다.
원주캠도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매지생활관, 학술정보원, 인재개발원 등을 비롯한 부속기관들이 팀제로 운영된다. 과거 조직에서는 과장, 차장, 부장직의 서열이 존재했으나 팀제 운영 방식에는 서열의 개념이 없어 각 행정부서가 직급에 관계없이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 이 부총장은 “과거에는 조직 내 서열의 존재로 직급 구속이 많았지만 팀제 도입 후 인력 운영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행정서비스,
만족스럽게 시행되고 있나?

그렇다면 학생들은 우리대학교 행정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우리신문사가 지난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총 320명의 신촌캠과 국제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정서비스 처리에 22.8%의 응답자가 ‘만족하지 않는다’, 18.43%의 응답자가 ‘만족한다’고 답해 불만족도가 소폭 높았다. 또한 행정서비스 담당 직원의 친절도에 대한 질문에는 25.6%가 ‘만족하지 않는다’ , 18.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행정서비스 처리와 일선 담당자의 친절도에 불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행정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는 질문에는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50.9%)과 ‘개선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49%)에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우리신문사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행정서비스를 ▲수강신청 ▲성적처리 ▲강의실 대여 ▲물품 대여 ▲재무 관련 행정서비스 ▲기숙사 행정처리 등으로 분류해 세부적인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숙사 행정처리에 대한 불만족도가 두드러졌다. 기숙사에 거주한 적이 있는 학생(38.6%) 중 ‘기숙사 시설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55%)은 불만 이유로 ▲수리 속도가 느리기 때문(59.2%) ▲담당자가 불친절하기 때문(16.3%)를 꼽았다. 수강신청 관련 행정서비스는 매 학기 초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만큼 이용한 학생들(33.75%) 중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45.3%)이 많았다. 이 이유로는 ▲시스템의 오류 때문(40.8%) ▲강의 및 시간 변경 시 공지하지 않기 때문(26.5%) 등이 있었다. 강의에 필요한 물품을 대여한 적이 있는 학생(12.5%)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불만족도는 만족도(25%)에 비해 높았다. ‘만족하지 않는다’를 선택한 학생(35%)는 불만 이유로 ▲담당자가 불친절하기 때문(64.2%) ▲도구가 고장났기 때문(21.4%)를 들었다.

원주캠의 경우 총 100명의 원주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신촌캠‧국제캠에 비해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서비스 처리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학생들은 21%로 나타났으며 68%의 학생들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불만족’ 응답자는 11%였다. 행정서비스 담당 직원의 친절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은 11%로 14%의 ‘만족’응답자에 비해 적었으며 행정서비스 개선에 대해서도 53%의 학생들이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만족도 조사결과 신촌캠과 마찬가지로 기숙사와 수강신청 행정서비스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신청 관련 행정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65%) 중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은 47.6%였다. 이 이유로는 ▲시스템 상 오류가 많기 때문(70.9%) ▲강의 및 시간 변경 시 공지하지 않기 때문(12.9%) 등이 있었다. 기숙사 시설에 관련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는 학생들(49%)은 51%의 학생들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이유로 학생들은 ▲수리 속도가 느리기 때문(56%)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32%) 등을 꼽았다. 원주캠은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기숙사 행정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과반수(58%)였는데, 이들 중 ‘행정처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학생들은 44.8%였다. 이들은 ▲기숙사 행정절차의 복잡성(50%)과 ▲담당자의 불친절(34.5%)을 그 이유로 꼽았다. 김명환(국제관계·12)씨는 “기숙사 문제에 대해 건의를 하려면 직접 생활관까지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도 생활관 측에서 받아들이기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서비스의 만족도는 곧 학생들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의 질과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과 사무실이나 단과대 사무실에서 학교 행정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삼열 교수(사과대·정책분석 및 평가)는 “과 사무실 및 단과대 사무실에서 학생들이 만나는 직원은 계약직원이 대부분으로 정식직원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며 전문적인 행정 처리를 위해선 정식직원의 업무 처리 비율이 높아져야 함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행정서비스를 만나는 접점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간다”며 “중앙행정부처 외에도 단과대 및 과사무실의 말단 서비스에도 꾸준히 지원하고 자동화가 더 이뤄져야 학생들의 만족감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인력 동결과 예산부족은
언제 해결?

 

그간 교내 행정시스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개선돼야할 부분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촌캠 정보화추진팀은 ERP시스템 도입 후 업무처리 속도를 높이기위해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시스템의 요소를 추가했다. BPR시스템은 타 부서의 업무처리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업무상황을 상호확인하며 병행 처리할 수 있는 업무프로세스로 업무소요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룹웨어시스템 ▲웹기반 연구관리시스템 ▲교원업적평가시스템 ▲모바일웹서비스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신촌캠 외에도 국제캠, 원주캠, 의료원 의치간, 산학단의 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정보화추진팀의 업무량이 인력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 2000년에 비해 정보화추진팀의 업무량은 약 7배 늘었지만 운영 인력은 단 1명 증가한 상태다. 몇 년간 인력이 거의 동결된 상태로 시스템 운영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조 팀장은 “많은 업무가 전산화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 팀장은 “우리대학교가 한 번 더 행정시스템을 재구축해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위해 시스템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학교의 한정된 재정상황에서 국제캠, 백양로 재창조사업이 우선시 돼 있기 때문에 현재 IT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라고 전했다.

원주캠 이 부총장 또한 현 행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인력부족을 꼽았다. 정경대 학장 김판석 교수(정경대·행정개혁)는 “직원의 업무 강점에 맞춰 부서를 배치해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예산사정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익명의 학교 관계자는 “현재 원주캠은 2005년 이후로 정규직원을 뽑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촌캠이 직원 한 명당 a라는 한 가지 업무에 대해 100건의 일을 처리한다면 원주캠은 직원 한 명당 a,b,c등 여러 업무 100건을 담당한다”며 원주캠 직원이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다뤄 효율성이 떨어짐을 지적했다. 특히 국립대학의 경우 교육부령으로 교직원 수가 규정돼있지만 사립대학의 경우 그렇지 않아 인력난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익명의 학교 관계자는 “최근 학교의 예산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확충을 위한 인건비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관해 이 부총장은 “학교 재정이 나아지면 행정 인력을 보충해 부서별 여유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완벽하지 못한
행정시스템

 

ERP시스템, 팀제 등을 도입하며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인력 동결 및 예산투자 부족 등 우리대학교 행정시스템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행정시스템은 학생들의 효율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라도 원활하게 운영돼야 하는 만큼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유빈, 백현지, 조윤호 기자
astraldame@yonsei.ac.kr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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