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제화의 본보기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화가 대학사회의 보편적 화두로 자리매김 하면서 우리대학교는 그간 누려왔던 귀감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국제화 지표라는 것이 교환학생의 수, 개설된 영어진행강의의 수, 외국인 교수의 수, 외국인 학생의 수 등 양적인 지표 일색인데,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대학교도 국제화의 양적 확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숨을 고르고 대학의 국제화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반드시 다른 나라에 있는 누군가와 협력하고 조율해야 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들은 전문지식 외에도 세계 각국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열린 자세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능력이 체화된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이라는 교육공간이 국제화되어 다양한 국적의 교수와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배우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다.
대학이 국제화되어야 할 필요가 이런 것이라면, 국제화의 양적 지표를 높이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여 국제화의 본질이 등한시되거나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점검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외국인 교수들이 한국인 교수들과 그리고 학생들과 얼마나 잘 융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의 의견이 얼마나 행정과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교환학생으로 우리대학교에 온 외국인 학생들이 내국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다 돌아간다면 이는 국제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편 해외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서도 주로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다 돌아온다면 이 또한 교환학생의 숫자는 늘었을지언정 진정한 교육의 국제화와는 거리가 있다. 아울러 영어진행강의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대학교는 국제학대학원, 언더우드국제학부, 동아시아국제학부 등 양질의 국제화된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오고 있고, 이제 송도국제캠퍼스의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중요한 변화의 시점에 우리대학교에서는 작년부터 이미 국제화위원회가 구성되어 우리대학교의 국제화의 질과 효율성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강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우리대학교 국제화의 현주소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개선책들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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