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대화 ‘Dialogue in the Dark'

 누구나 한번쯤은 어둠이 지배하는, 빛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둠 속의 대화’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 세상에서의 체험으로 20년 간 전 세계 7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전시다. 특별한 체험을 위해 먼 곳까지 나갈 것이 아니라, 학교 앞 신촌 거리에 위치한 버티고 빌딩 9층의 전시장을 찾아 90분 동안 이어지는 어둠 속의 세계를 직접 체험해보자.

어둠 속의 한 줄기 빛 로드마스터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의 세계로 입장하면 갑작스러운 혼란과 공포감이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마치 베스트셀러인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 먼 자들의 도시』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속 인물들은 눈이 멀고 혼란,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자 서로 대화를 통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참가자들은 ‘어둠 속의 대화’에서 질서가 지켜지는 가운데 칠흑 같은 어둠을 느낄 수 있다. ‘어둠 속의 대화’에 입장한 모두가 처음에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두려움에 떨며 중도 포기하고 나가고 싶어진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의 대화’의 안내자인 로드마스터의 목소리다. 로드마스터의 등장과 함께 입장객들은 안정을 되찾는다. 이어 로드마스터의 리드와 서로 대화를 통해 어둠이라는 상황에서 함께 길을 헤쳐 나간다.
 깜깜한 전시장을 자연스럽게 다니는 로드마스터를 보면서 ‘적외선 스코프를 착용하고 있어서 다 보이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의존해 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시각 외의 감각을 깨우다
 
 ‘어둠속의 대화'에는 오감 중 시각 외의 감각을 이용하는 코너가 차례로 이어진다. 멀리서 지저귀는 참새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삼림의 향기는 마치 수풀이 우거진 계곡에 온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빛이 없어 볼 수는 없어도 현장의 배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로드마스터의 안내를 따라 이어 들어가면 식료품가게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로드마스터가 건네주는 식품을 촉각과 후각만을 이용해 맞혀야 한다. 입장객들은 팀을 이뤄 답을 맞혀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협동을 경험할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본, 안대를 쓰고 촉각만으로 물체를 맞히는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입장객들은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 승선하게 된다. 이 공간에서는 특수 장치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마치 배가 앞으로 전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음료수를 주고 어떤 맛인지 맞히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된다. 맛을 감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추측한 음료수와 실제 음료수의 다름을 알게 된 후에 입장객들은 다시 한 번 시각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어둠의 공간에서는 빛으로부터 차단돼 시간이라는 개념마저 왜곡된 기분이 든다. 어둠의 공간에서 밖으로 나오면 “벌써 끝났어?”라는 생각과 함께 시계를 보는 순간 9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눈을 감고 내면의 눈을 떠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어둠속의 대화’의 목적은 시각 장애인의 ‘다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것이다. 90분간의 어둠 속에서 입장객들은 불안과 혼란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여러 코너를 돌며 점차 어둠에 익숙해져간다.  그리고 모든 체험이 끝나는 순간 어둠에 익숙해진 자신을 보면서, 시각 장애인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과의 ‘다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둠 속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과정은 당신이 잊고 살았던 함께하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어둠속의 대화'는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입구에 쓰인 ‘SWITCH OFF THE SIGHT, SWITCH ON THE INSIGHT’처럼 보이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 자신, 그리고 타인의 내면과 대화의 시간을 한번 가져보자.

 
 
노하윤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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