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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따뜻했던 시절로의 시간여행‘엄마 어렸을 적엔...’ 봉제인형 전시회에 가다
  • 김범경, 이원재 수습기자
  • 승인 2013.06.01 13:28
  • 호수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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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힐링 주스, 힐링 서적 등 여기저기서 ‘힐링’이라는 말이 화제다. 사람들이 이렇게 힐링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상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처받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의 부재다. 서로의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이 잃어버린 정을 고스란히 머금은 전시회가 있다. 바로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 ‘엄마 어렸을 적엔...’이다. 두 작가는 가난했지만 가족과 이웃 간의 인정이 살아있었던 1960~70년대의 모습을 봉제인형을 통해 정감 있게 그려낸다.


사람 냄새나는 그 시절 시장 속으로
구수한 옛 향기를 간직한 전시회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유쾌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로 1960년대 교복을 입고 어린 관람객에게 그 시절 시장을 구경시켜주는 ‘변사’의 목소리다. 무성영화 속 인물의 목소리를 대신하다 유성영화의 등장에 밀려 사라졌던 변사는 전시장에서 다시 살아났다. 아이들에게 시장 구경을 시켜주는 형 역할을 맡은 변사와 주인공 영득이의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인형극은 어린이들에게 부모님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보여준다. 극 중에서 다뤄지는 소재들이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영득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동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아이들에겐 우리가 잃어버린 여유와 인간미가 남아있는 듯하다.

변사와 함께한 시간여행을 마치고 본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인형으로 형상화한 1960~70년대 시장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반세기전 한국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대형 작품이다. 엿을 파는 장사꾼, 5원 짜리 목마를 타고 노는 아이들 그리고 야채수레를 끄는 노인 등이 당시 모습 그대로 표현돼 마치 50년 전 저잣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헝겊과 천으로 빚은 그 시절의 따스함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카페에서 산 향긋한 수정과 한 잔을 손에 들고 인형들로 재현된 시장 풍경을 지나면 따뜻한 가족의 모습이 우리를 반긴다. 어깨동무를 하고 어머니와 2인 3각 경기를 하는 아이, 퇴근한 아버지의 세수를 도와주는 딸의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의 정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한 아이들이 감을 몇 개 따게 내버려두는 호랑이 할아버지의 모습은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끼리 서로를 따뜻하게 아껴줬던 시절을 상기시켜 준다. 더욱이 벽에 붙은 시 구절들이 각 작품을 장식해 정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깊게 한다. 고된 노동에 ‘쓰껌헌 탄가루로 화장을 하고’ 오시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얼굴 예쁘네요”라며 따듯하게 반겨주는 시적화자로서 딸의 모습은 우리가 지난 시대에 묻어두고 온 하나의 보석이다.

돌아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리움이란 무언가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과정이다. 물고기에게 물이 당연하듯이 우리는 현재의 가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이 곁을 떠났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가슴 한 구석에 묻는다. 이따금씩 삶에 지쳐 울적해질 때면 그리운 사람의 사진처럼 재차 꺼내어 보기 위함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20세기를 그리는 이유도 바로 급격한 산업화가 집어삼킨 정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은 희미하게나마 우리 곁에 남아있다. 우리가 할 일은 지금보다 정감이 넘치는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러한 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 어렸을 적엔...’은 단순한 추억의 습작이 아닌 앞으로 우리가 꾸며갈 세상에 대한 충고를 담고 있는 전시회다. 부모 세대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지 않는 젊은 세대도 이 전시회를 통해 잃어버린 정의 가치를 되새기고 정감 넘치는 사회를 건설할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의 열차를 잠시 멈추고 바깥 경치를 구경해 보자. 무심코 지나친 풍경 속에서 떠난 줄로만 알았던 ‘정’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열차를 모는 당신, 다음 정차역 ‘엄마 어렸을 적엔...’에서 잠시 쉬어 가는 건 어떨까?


김범경, 이원재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김범경, 이원재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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