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고파5』가 그리는 사랑에 대한 배고픔
사람은 누구나 굶주림을 간직한 채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휴식 없는 바쁜 일상에, 또 누군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단 사실에 배고파한다. 연극 『배고파』 시리즈의 조연출 이영우 씨는 “배고파 시리즈가 인간이 지니고 사는 배고픔을 옴니버스식으로 잘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상의 갈망을 잘 보여주어서인지 배고파 시리즈는 7년 째 대학로에서 장수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최단기간 5천회를 돌파한 『배고파5』(부제: 사랑공개수배)에서는 사랑에 대한 배고픔을 표현해 많은 연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극 『배고파5』는 치매 걸린 의사 민영, 그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봉순, 그리고 민영의 옛 애인 희선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희선은 치매에 걸린 민영의 옛 기억을 어떻게든 되살려주고 싶어하지만 봉순은 희선을 교묘히 방해하며 민영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한다. 연극 배고파5』는 이렇듯 기억상실, 삼각관계, 첫사랑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봉순과 희선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객과 함께 사랑의 소중함을 되찾아가며 그들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제 더 이상 널 이해할 수 없어”
극 중 의사 민영을 맡고 있는 배우 옥일재씨는 이 말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꼽았다. 드라마 속에서 사소하게 접할 수 있는 말이 옥씨에게 이렇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공감’에 있다. 이 대사는 애절한 헤어짐의 상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짧은 한 마디를 통해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3년 차 커플이었던 민성과 희선의 마지막을 알리는 이 한마디는 훗날 치매에 걸린 민영을 보는 희선의 마음을 후회로 가득 차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연애이기에 더욱 중요한 이해심, 사랑을 하는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이 한 가지를 연극은 말하고자 한다.
|
‘제발 이 모든 것들이 과거로만 남지 않게 해주세요’
사랑했던 기억을 단지 과거로 남기고 싶지 않았던 희선이 간암 말기로 고통 받는 와중 기도하던 대사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옛 애인을 보며 기도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나고 나서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그것을 현재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 헤어져본 연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이 심정을 왜 사랑하는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당신이 지금 사랑에 빠져있다면, 이런 후회를 남기지 않길 연극은 대사 한 줄, 한 줄을 통해 전하고 있다.
“내 말 잘 들어라. 사랑이 있어 사람이고 사람이 있어 사랑이니라. 꼭 살아서 온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 하지만 사람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사랑’, 이는 봉순이 사랑하는 민영의 곁에 머물기 위해 간암 말기임에도 치료를 포기한 희선을 향해 내뱉는 대사이다. 이 짧은 대사는 희선 뿐 아니라 자존심 혹은 서로의 상황차이로 인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었던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일까. 이 짧은 대사는 관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대사로 꼽힌다. 연극이 제시하는 사랑에 대한 논리는 희선에게 뿐만 아니라 사랑 때문에 함부로 자신을 포기하고 후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동시에 이러한 갈증을 위로하는 연극이 현재 인기를 끈다는 것은 현대인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사랑의 부재로 인한 모든 감정들이 연극이 위로하고자 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울다가 웃으면…… 웃다가 울으면?
비극적이고 자조적인 요소가 많은 스토리임에도 연극 『배고파5』 극장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배우들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뛰어난 연기력에 있다. 희선이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모습, 치매에 걸린 민영의 표정을 배우들은 생생하게 연기해낸다. 또한 연극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더욱 연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슬픈 사랑이야기 속에서도 배우가 의도한 대로 웃음을 잃지 않게 된다.
사랑, 어쩌면 모든 매체에서 다루는 조금은 흔한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주제 속에서도 이 연극은 연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여자친구와 공연을 본 김동연(26)씨는 “연기력이 뛰어났다. 특히 배우들의 풍부한 감정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며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은 한 편의 연극을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우리 삶 속 사랑에 대한 배고픔을 보여준다.
누구나 삶에 있어 나름의 배고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배고픔을 외면하기보다 차라리 이런 연극을 통해 그 배고픔을 잠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이 연극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연인의 손을 잡고 대학로 배고파 씨어터로 가보자. 남자와 여자가 갈망하는 사랑에 대한 배고픔을 잠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섭, 박진형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김민섭, 박진형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