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아닌 곳에서 한강을 달리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SNS에는 각자의 봄 이야기가 가득하다. 카페와 각종 음식, 꽃 사진에 감흥 없이 스크롤을 내리던 중 기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바로 누군가가 새로 장만한 ‘자전거’였다! 자전거 여행을 가겠다는 기자의 말에 다들 (조금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목적지를 물어왔다. 

 
 
춘천이요! 
 
 “춘천?” 
 춘천이라 함은 당신이 생각하는, 소양강처녀와 막국수로 유명한 그 춘천이 맞다. 어떻게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춘천까지 가느냐는 물음엔 기자 역시 고개를 젓는다. 출발지는 서울이 아닌 팔당이다. 팔당은 자연 본연의 경치와 한강을 따라 쭉 나있는 4대강 자전거길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본격적인 여정에 앞서, 당산역 4번 출구에 위치한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방문했다. 영등포구 자전거 문화 알리미 사이트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니 자전거를 새로 구매하기 부담스럽다면 꼭 알아두자. 대여를 끝낸 뒤 동행하는 사진기자와 함께 나란히 분홍색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맨 끝 칸에 주말에 한해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제공되지만, 자전거 두 대가 들어가기엔 엘리베이터가 좁아 지하철역에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여야 했다. 중앙선으로 환승을 한 뒤에도 약 1시간을 이동해야 하는데,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는 기자에겐 계속해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자전거길이 아닌 차도를 달리다 
 
 "이 열차는 덕소-덕소역까지만 운행되는 열차입니다."
 자전거길을 달릴 생각에 들뜬 기자의 귀에 반갑지 않은 방송이 들려왔다. 덕소역은 팔당역보다 두 정거장 앞서있는 역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지 않고 출발지를 덕소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덕소역에 내리니 그 흔한 표지판 하나 없었다. 길을 물어물어 팔당댐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끝없는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졌다. 처음엔 지하철을 벗어나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기 바빴던 기자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덕소역, 도심역을 지나 계속해서 차도를 따라 달렸는데도 팔당역은 도무지 나올 기미가 없었다. 
 춘천까지 약 80km가 남았다는 표지판과 쌩쌩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서 헤매던 중 만난 한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알고 보니 차도 바로 옆에 한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이 있었다. 그것도 모른 채 한참을 위태롭게 차도를 따라 달린 기자들의 눈앞에 한강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흐르고 있었다.  
 

한강, 바람 그리고 힐링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길에 입성했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자전거만 탈 일이 남았다. 여행 전 날부터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개면서 하늘이 본연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선선한 바람이 계속 불어와 내리막길이라도 내려갈라치면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 서울에 흐르는 한강물이 팔당에도 흐를 텐데 두 곳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동행한 사진기자의 말을 빌리면 ‘프랑스 시골마을 풍경’을 보는 듯 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 때 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을 보다가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다. 


 팔당대교를 지나 충주댐까지 이어진 길을 달리며 이정표를 보니 애초 목표로 설정했던 춘천이 구체적이지 못한 목적지였단 걸 깨달았다. 팔당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춘천에 도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도를 한참 들여다본 기자들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기점으로 최대한 멀리 가보기로 결정했다. 
 마냥 자전거를 타는 것 또한 좋지만 자전거길 주변에는 참새들이 지나치지 못할 ‘방앗간’이 많다. 이 방앗간을 들려보는 것 또한 자전거 여행의 묘미이다. 자전거를 댈 수 있는 간이휴게소는 상당히 여러 군데에 위치해 있다. 휴게소 외에도 막국수, 닭갈비, 한정식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지나가는 자전거에 브레이크를 건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탄 기자들은 운치 좋은 식당에서 가볍게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사랑을 싣고
 
 “아이가 참 예뻐요!” 간이의자에 앉아 아빠에게 종알대는 여자 아이를 보니 자동으로 엄마미소가 나왔다. 네발 자전거의 페달을 열심히 밟는 아이들의 모습은 괜스런 웃음을 짓게 만든다. 작년 12월 26일에 개통된 4대강 자전거길은 이렇듯 어린아이들이 무리 없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잘 조성돼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유모차가 달린 자전거,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2인용 자전거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 외에도 각종 장비로 무장(?)한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2인용 자전거를 탄 연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고 만나며 계속해서 달리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두물머리를 넘어섰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쯤  두 기자는 짧은 여정을 양수역에서 끝내기로 했다. 왕복한 4시간을 생각해봤을 땐 아쉬움이 컸다. 다시 몸을 실은 중앙선에는 말 그대로 ‘사람 반, 자전거 반’이었다. 다들 지치지도 않는지 웃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힐링’이라는 말이 남용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요새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원하고 또 찾는다. 여기저기서 쉽게 말하는 힐링이 아닌 진짜 힐링을 하고 싶다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보는 것은 어떨까? 강바람이 당신의 치열했던 일상을 잠시나마 식혀줄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은지 기자
kej_824@yonsei.ac.kr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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