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드두(Pas de deux)의 '더 초콜릿 울림 콘서트'

  밀물처럼 이어지는 보고서와 조모임에 오늘 하루도 쉴 틈이 없다. 햇살 가득한 오후,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들으려니 마냥 나른하기만 하다. 시계 한번 보고 책 한번 보고. 색다른 건 없을까? 따분한 일상은 이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단비를 내려줄, 초콜릿 향 가득한 색다른 문화 콘서트가 있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과 잔잔한 울림이 함께하는 ‘더 초콜릿 울림 콘서트’. 지난 5월 4일, 압구정에 위치한 초콜릿 ‘문화’가 있는 ‘Pas de deux’(아래 빠드두)에 직접 다녀왔다. 

 
초콜릿, 문화를 만나다
 
 초콜릿 스쿨 빠드두와 초콜릿 복합문화공간 빠드두 밈(pas de deux meme)을 운영 중인 김성미 대표는 한국의 1호 쇼콜라티에*다.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쇼콜라티에 뿐만 아니라 초콜릿 스쿨의 선생님,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빠드두에서 수제초콜릿, 공예품, 초콜릿 음료 및 커피 초콜릿 디저트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2~3시간 동안 초콜릿 수업을 단기적으로 체험하는 원데이 클래스, 전문적인 쇼콜라티에 과정을 비롯한 초콜릿 수업도 진행한다. 또한 해외에 의존해있던 디저트산업을 한국적으로 재탄생시켜 초콜릿을 통한 세계화를 실천해가고 있다. 초콜릿에 검은콩, 인삼 등 한국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접목시키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김씨는 “초콜릿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히 먹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문화 영역으로 우리가 배워나가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친근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김씨의 문화예술적 발상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더 쇼콜라 콘서트’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활동 중에서도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것은 건물 구조가 특히 음악 공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콘서트가 열리는 빠드두 밈은 초콜릿을 먹으며 그림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초콜릿 복합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초콜릿이 단순히 사고파는 상업적인 대상이 아니다. 음악과 함께 초콜릿이 전해지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달콤하고 폭신한 그 맛을 난 잊을 수 없어
 
 '더 쇼콜라 콘서트 시리즈'는 초콜릿과 콘서트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만족을 주는 콘서트다. 기존의 콘서트가 보고 듣는 것이 다라면, 더 쇼콜라 콘서트에서는 듣고, 맛보고, 느끼는 오감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콘서트 중간의 ‘Sweet Time’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초콜릿뷔페를 맛보는 시간으로 행복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초콜릿의 마약 같은 달콤함에 한껏 빠져보자! 물론 콘서트의 메인인 공연도 ‘달달함 그 자체’다. 빠드두밈에서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초대해 공연한지도 벌써 10번째라고 한다. 
 5월의 공연(부제: 더 초콜릿 울림 콘서트)은 3인조 밴드 ‘그릇’이 맡았다. 콘트라베이스와 젬베 그리고 기타치는 보컬까지 ‘리얼’ 아티스트들이 모인 그릇의 음악적 소울은 '락스피릿'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불세출의 락스타라고 소개된 보컬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달달했다. 초콜릿 콘서트에 딱 어울리는 그들의 음악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었다. 
 ‘고구마야, 고구마야, 넌 왜 이렇게 맛있니? 달콤하고 폭신한 그 맛을 난 잊을 수 없어. 눈보라 치던 그 밤, 별빛 아래 마주한 새카만 너의 몸과 빛나던 속살을 난 잊을 수가 없어.’
 밴드 ‘그릇’이 직접 작사 작곡한 착한 가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돈다. 다정한 곡들을 듣고 있으면 마치 핫초코를 마시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독특한 이름 ‘그릇’의 사연이 궁금하다는 한 관객의 질문에 콘트라베이스 조르바씨는 “그릇만의 ‘무엇’을 담은 음악에서 관객들이 ‘무엇’을 담아가는 것을 보고 ‘그릇’이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짓게 되었다”고 했다. 어쿠스틱 음악의 매력인 관객과의 소통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듯하다. 
 달콤한 초콜릿들의 향연,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노래들. 홍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인디밴드의 공연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듣는 그 맛은 아주 특별하다. 공간이 한정돼있다는 카페의 단점이 오히려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구실로 작용했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새로운 소통, 콘서트와 초콜릿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을 오감만족 콘서트라고 정의내려본다. 
 
 
행복을 전하는 초콜릿 콘서트
 
 빠드두는 프랑스 발레용어로 ‘듀엣’이다. 두 명의 호흡이 완벽해야 하나의 안무가 완성이 되듯, 초콜릿과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의 하모니와 초콜릿을 선물하고 받는 이들의 사랑과 행복을 의미한다. 
 매 달 열리는 더 쇼콜라 콘서트 시리즈이지만, 대학생들이 쉽게 즐길 수 없는 값비싼 문화생활인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이처럼 주머니 사정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빠드두에서는 대학생용 티켓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오는 6월 22일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성우씨와 플루티스트의 앙상블이 펼쳐진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쇼콜라티에 : 초콜릿을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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