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소믈리에가 말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단돈 천원에 배불리 취할 수 있는 전통주 ‘막걸리’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사랑받는 서민의 대표 술이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찾아보고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는 전통주를 단순히 ‘저렴이’로만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최근 들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막걸리와 전통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막걸리바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전통주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여기서 ‘소믈리에는 많이 들어봤는데... 전통주 소믈리에는 뭐지?’라고 생각했을 당신을 위해 2010년 ‘전통주소믈리에대회’ 우승자 전진아(27)씨를 만나 ‘전통주 소믈리에’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만능엔터테이너?
 
 소믈리에란 술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하는 사람으로 와인 소믈리에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란 와인 대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 약주, 청주 등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쉽게 말해 와인 소믈리에의 사촌뻘이라고 보면 된다. 
 호텔에 소속된 와인 소믈리에가 단순히 와인을 추천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전통주 소믈리에의 역할은 더욱 광범위하다. 전씨는 “전통주는 아직 신생산업이기 때문에 소믈리에의 역할이 체계화되지 않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씨는 호텔이나 바에 소속된 다른 소믈리에와 달리, 전통주 페스티벌에서 지역별 전통주 시음행사를 통해 전통주를 홍보하기도 하고 전통주 예절과 맛에 대해 강연하기도 한다.
  전씨는 현재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에 진학해 전통주의 맛과 빛깔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씨는 “술에 대한 표현이 체계적일수록 대중들이 그 술을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붉은 와인을 ‘로제’(장미꽃 잎)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막걸리의 빛깔도 단순한 아이보리색이 아닌 ‘쌀뜨물’과 같은 한국식 이름을 붙인다. 와인 소믈리에 학문을 벤치마킹해 아직 활발하지 않은 전통주 서비스 분야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떠오르는 블루오션
 
 전통주 소믈리에는 주류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오션이다. 전통주가 국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이 직업이 비전을 가지는 이유는 전통주에 담긴 다양한 맛에 있다. 한 종류의 균으로 만들어져 맛이 획일적인 일반 공장주와 달리 자연 상태에서 여러 종류의 균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통주는 다양한 맛을 낸다. 또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술을 빚으면 강원도의 감자술과 충북의 대추술과 같이 지역 고유의 향과 맛도 담아낼 수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이러한 다양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주 칵테일과 다양한 음식의 조합을 창조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육즙이 많은 등심요리를 담백하고 풍미가 풍부한 청주 ‘설화’와 함께 먹으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잡냄새를 잡아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서로의 맛을 보완하면서도 음향오행의 음식궁합에 들어맞는 요리와 전통주의 조합을 찾아내야하기 때문에 전통주 소믈리에에게 창의성은 기본이다.  
 
전통주의 달인 되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전통주 소믈리에가 될 수 있을까?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주관하는 ‘전통주소믈리에대회’ 수상자들에게만 주어진다. 전씨의 경우, 지난 2010년 이 대회의 우승을 거머쥔 실력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다. 이 대회는 여러 단계를 거쳐 수상자를 가려낸다. 우선 전통주의 역사와 양조법, 전통주 산업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1차 예선을 치러야 한다. 이후 전통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2차 예선을 거쳐 최종 6인이 선발되며 이들에게 공식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이 주어진다.
 성분연구에만 전념하는 주류 연구원이었던 전씨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위해 대중적인 맛을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회 직전까지 다양한 술을 테이스팅하고 맛을 기억하려 노력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예선을 통과한 6인 중 상위 성적자 3인만이 결선경기 출전권을 갖게 되는데 결선에서는 전통주 서비스, 음식과 전통주의 조화에 대한 스토리텔링, 전통주 블라인드 테이스팅 경합을 통해 우승자가 결정된다. 전씨는 결선에서 연구원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전통주의 성분을 분석하고 그 효능을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 했다. 그 결과 전씨는 최고의 전통주 소믈리에로 선정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으로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많은 전통주 소믈리에.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도 불변의 가치인 전통을 계승해나간다는 점은 전통주 소믈리에의 앞길을 밝혀줄 것이다. 전통주와 함께 깊어갈 전통주 소믈리에를 앞날이 기대된다.
 
 
남채경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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