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하다[소ː히하다]: 진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다
 
 예술in사전에서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정소희 작가다. 고등학교 3학년, 미술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이끌려 예술의 길로 들어선 정 작가. 그녀는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독특한 발상과 재료사용을 바탕으로 2013년 갤러리골목 기획공모에 선정됐을 정도로 실력파다. 현재 성균관대학교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는 정 작가를 만나러 그녀의 개인전 ‘인형놀이, play with me’*에 다녀왔다.

 
Q. 모든 작품이 흰색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가의 작품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흰색을 사용하게 된 것도 작품에 제 이야기가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제가 원래 평면회화를 그렸었는데 입체예술로 방향을 바꾸게 됐거든요.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 힘든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색이 하얀색이었어요. 그리고 하얀색을 칠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고요. 

Q. 어른들과는 거리가 먼 인형을 사용한 점이 독특한데, 인형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 작품은 ‘인형놀이’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시리즈물이에요. 여기서 인형놀이는 아이들의 놀이라기보다는 어른으로서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한 저만의 놀이에요. 작가들에게 있어서 인형은 자신의 내면을 반영하는 하나의 대상이라 볼 수 있는데, ‘인형놀이’ 시리즈는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변화해 온 제 감정들을 담고 있어요. 처음 작업을 할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인형은 힘든 상황 속에 있던 제 자신과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거예요. 인형이 해체돼 있는 것도 이런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Q.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주변의 쓴소리도 많았을 것 같은데 비판의 목소리에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작품을 두고 평가하는 ‘크리팅(criting)’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2,30명이 제 작품을 두고 평가를 하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이 공격적이에요. 그럴 때마다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선배들도 자신의 기준을 명확하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흔들릴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제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런 강함이 있어야 해요. 
 
Q.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자신의 작품세계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작품은 누구 작품이다’라고 구분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찾아내는 건 작가들 사이에서도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제 작품세계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요. 재료와 표현 방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제 마음을 나타낼 때도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는 편이에요. 인형을 사용하고, 작품이 하얀색을 띄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힘들었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해 온 친구들에 비해 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었어요. 그래서 학부시절에도 제 감정을 그려내는 걸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배워가면서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풀어내는 법을 배워갔고 이제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드러내는 게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Q. 미술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이용하는 과실은 산 바로 밑에 있어요. 그곳에서 밤에 혼자 음악을 틀어 놓고 작품을 하고 있을 때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은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 감정을 절제해야 할 경우가 있어 힘들다고들 해요. 그런데 저는 큰 소득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 사실을 불현듯 깨달을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Q.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작품을 하는 게 내면의 아이나 성인이 됐음에도 성장하지 못한 자아를 끄집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힘든 사회잖아요. 저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도 표현을 조절하는 게 힘들 때가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표현을 아예 안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감정과 아직 덜 성장한 내면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선배들한테서 “남을 위한 그림도 할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 작품을 통해 이런 생각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죠.
 
Q. 인생에 있어 예술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개인전 오프닝 할 때도 친구들하고 장난치듯이 했어요. 이런 것처럼 예술은 항상 옆에 있는 것이고,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진심이 있고, 그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면 모든 게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미술을 좋아하고, 그 진심을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작가 정소희.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인형놀이를 발전시켜 나갈까. 그녀가 있을 다음 갤러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정소희 개인전 ‘인형놀이, play with me'는 오는 6월 5일까지 갤러리 골목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갤러리골목((02)-792-2960, http://www.gallery-golmok.com)에 문의하면 된다.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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