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왔던 그들의 이야기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확실히 최근에는 전보다 소설, 드라마, 영화 등에서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기가 쉬워졌다. 특히 동성애 코드가 대중영화 분야로 진출하면서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숨겨야만 했던 그들의 애틋한, 힘들면서도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이제 대놓고 감상해보자.



 
쌍화점
 
“중전이 낳을 아기는 너처럼 다정다감해야 하지 않겠느냐”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남학생들의 하드디스크에 너나 할 것 없이 저장돼 있었다는 바로  그 영화 「쌍화점」! 하지만 이 영화의 정사씬에만 집중한다면 섭섭하다. 세손을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호위무사(조인성 분)에게 왕후(송지효 분)와의 대리합궁을 명해야 했던 왕(주진모 분). 그리고 그 후 호위무사와 왕후는 금기된 사랑에 빠져버린다. 운명의 장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왕의 애틋한 동성애 연기는 무척이나 절절하게 다가온다. ‘왜 저를 택하셨냐’는 호위무사 홍림의 말에 “중전이 낳을 아기는 너처럼 다정다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왕의 말 속에서 그를 향한 왕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 더욱 슬프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사부를 그저 그런 호모 나부랭이로 보면 오산이야. 한번 찍은 놈은 쪽쪽 훑어서 다 빨아먹고 지져먹고 볶아먹고 너덜너덜해지면 그냥 갖다 버리는 마성의 게이!”
 
 동성애 영화에 눈물 나는 러브스토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는 ‘국가대표급 매력의 마성의 게이’ 천채 파티쉐 선우(김재욱 분)가 등장한다. 누구나 반하게 하는 마성의 매력으로 끊임없이 남자 직원들과 야릇한 문제를 일으키는 선우와 ‘앤티크’ 남자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보기 드물게 당당하고 능력 있는 게이에게 모두가 빠져 허우적댄다는 즐거운 동성애영화! 그가 만드는 케이크만큼이나 달콤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영화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내가 네 마누라 성정체성 확인해줄까? 나 사표 안 내.”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분)과 결혼하라는 부모의 성화를 벗어나고픈 게이 민수(김동윤 분)의 아슬아슬한 위장결혼 생활. 직장에 효진이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동료들이 ‘이젠 배우자 성정체성도 확인하고 결혼해야하는 시대’라고 수군대자 효진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네 마누라 성정체성 확인해줄까? 나 사표 안 내.” 얼마 전 커밍아웃을 한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답게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성 소수자들이 대중문화의 한 편에 자리한 이후로 동성애 영화는 다양한 색깔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편견을 버리고 스토리와 감정에 몰입해서 본다면 동성애 영화라는 꼬리표에 묻혀 있던 좋은 영화들을 발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또 모른다. 반대로 이런 영화들 덕분에 편견들이 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일지도.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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