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순방 중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방미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분석이 따라야 할 시기임에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온통 고위 공직자가 저지른 비상식적 행동과 이에 대한 대응에 쏠려 있는 형국이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가해자의 천박한 윤리의식이 야기한 파국을 지켜보며 우리 대학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성폭력 문제에서 대학은 예외인가? 
<연세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은 성폭력을 “개인의 자유로운 성적 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으로 정의하고,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추행,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스토킹을 이 개념 안에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접수, 조사하는 기관으로서 성평등상담실(학생복지처 성평등센터 내)이, 사건을 심의하고 처리하는 별도의 기구로 성폭력대책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성평등상담실에 접수된 학내 성폭력 사건은 2012년에 총 46건이었으며, 이 중 대학의 중재를 거치거나 성폭력대책위에 회부되어 심의를 거친 사건은 15건에 달했다. 작년 동안 총 364회였던 성폭력 상담횟수는 올해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4월 말 이미 224회에 달했는데, 이는 학내의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의 결과이자 동시에 대학이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여전히 안전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성폭력 사건 관련자들의 의식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대학 역시 윤창중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문제를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가해자의 오만함에서부터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 동조했던 관련 정부기관들의 무책임까지, 윤창중 사건은 위계적이고 조직보호 문화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모든 파행적 문제들을 집약하고 있다.
대학은 교원과 학생, 직원이 상호 존중과 협력을 통해 교육의 가치를 구현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평가와 인사 관리를 통해 위계화된 하나의 조직임을 냉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거나, 가해자가 “가벼운 농담”이었다며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주변에서 “학교의 체면”을 위해 사건을 은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윤창중 사건에서 보듯 사안에 대한 근시안적 대응은 더 큰 참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대학은 나의 성장이 개인적 성공으로 끝나지 않고 타인의 행복, 더 나아가 전체 사회의 발전과 공명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소중한 장임에 틀림없다. 성폭력 예방과 사건의 원만한 해결이 대학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최소한의 노력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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