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이 부끄럼을 많이 타요

원주캠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베시 도나타 교수(정경대·경제학)를 만났다. 도나타 교수는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스위스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도나타 교수는 한국 학생들과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한국 수업시간만의 특징이 있다면?

A. 학기 초에는 수업시간이 아주 조용하다. 학생들이 부끄럼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수업이 몇 번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이 서서히 나의 자유로운 수업 방식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특히 전에 내 수업을 들어봐서 나의 수업방식을 아는 학생이 있으면 수업 진행이 한결 수월하다.

 

Q. 외국에서는 한국보다 분위기가 자유롭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을 것 같다. 어떤가?

A. 꼭 그렇지는 않다. 외국에서는 한 수업 당 학생 수가 더 많다. 스위스에 있을 때는 한 수업 당 1학년은 300여 명, 2, 3학년은 50~10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런 규모의 수업에서는 사실 수업 중 질문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 한국에서는 보통 20~30명의 학생들과 수업을 한다. 수업의 규모가 작아 수업 중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인데도 조용한 편이다.

 

Q. 외국의 경우, 방과 후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은 어떠한가?

A. 한국과 비슷하다. 대학원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학부생의 경우에는 외국에서도 교수님과 학생이 친밀하지는 않다. 학생과 교수가 함께 맥주도 마시며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 속의 장면은 사실과 다르다. 

 

Q. 한국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한국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고등학교에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서는 공부를 잘 안한다. 심지어 독일의 대학생들 보다 공부를 덜 하는 것 같다. 독일의 경우 고등학생 중 40~50%가 대학에 간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졸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대학생의 20% 정도가 졸업을 못 한다. 내가 대학에 있을 때에 한 반의 60%가 유급되기도 했었는데 두 번 유급이 되면 독일의 어느 학교에서도 같은 전공의 공부는 못 하게 된다.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 전공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졸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한국은 독일에 비해 대학 졸업이 꽤 쉬운 것 같다. 독일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이 그 학생이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가고 비교적 쉽게 졸업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일반적인 게 된 것 같다.

 

Q. 독일과 다르게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한국 학생들에게 선택사항이 없기 때문에 당연하게 대학진학을 선택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독일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들은 어프렌티쉽(Apprenticeship)을 이수하기도 한다. 어프렌티쉽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키우는 독일의 직업교육제도다. 요즘 들어서 한국의 정부에서도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알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사회의 인식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독일에서는 단순노동을 질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다양한 선택을 존중해 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 인식의 변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가 서서히 변화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지연 기자
gee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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