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행복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10년 전에 건너와 우리대학교에서 8년째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르사쥬 베랑제르(Lesage Berangere)교수(문과대·언어학)를 만나봤다. 베랑제르 교수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프랑스와 핀란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한국인과 결혼해 출산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어의 독특한 억양이 물씬 느껴지는 베랑제르 교수에게 한국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유럽과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완전히 다르다. 한 예로 핀란드의 교육시스템은 굉장히 자유롭다. 출석부가 없고 수업에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학생의 자유에 맡겨진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소통이 더 활발히 이뤄진다. 이메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수와 학생이 잦은 소통의 기회를 가진다. 한편 한국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차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Q. 8년 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A. 아직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대답을 듣는 것은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발언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와 달리 외국에 다녀온 학생들이 많아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80%가 넘는 비율로 대학에 진학한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지나친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 의무교육기간이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에 맞춰 특성화된 학교에 가거나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Q. 한국학생과 프랑스학생의 진로 결정 과정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나는 변호사가 될지 선생님이 될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가르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의 부모님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의 학부모라면 변호사를 하도록 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 때 관심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무자와 일주일 간 함께 하며 체험을 할 수 있고 많은 상담 프로그램이 있어서 진로 결정이 빠르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모는 이를 존중해준다. 하지만 한국의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많은 압박을 주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학생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기회도 없이 외부의 압박이 계속해서 가해지면 언젠가 감정적으로 폭발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한국학생들이 매우 걱정된다.

 

김경윤 기자
sunnyn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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