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

  캐나다에서 온 쾌활한 성격의 로버트 진스 교수(학부대·교육학)를 만나 그의 눈에 비친 한국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환한 인사로 맞이해 준 진스 교수. 그는 Teacher’s College를 졸업한 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많은 나라에 지원을 했다. 그러던 중 우리대학교와 연이 닿아 한국에 오게 됐다고 한다.

 

 

Q.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는가?

A. 김포공항에 내려 처음 나왔을 때 빼곡히 서 있던 아파트들이 기억난다. 마치 도미노 같아서 아파트 하나를 넘어뜨리면 온 도시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리고 공항 주위를 맴돌던 군인들이 생각난다. 군인들 때문에 한국이 처음에는 굉장히 위험한 곳인 줄 알았다.

 

Q. 동양과 서양은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 사실이 수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A. 학생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거나 질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질문을 이끌어내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선 굉장히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쌍방향적이고 학생 중심적인 수업방식과 달리 이곳에서의 수업은 일방향적이고 교사 중심적이다. 학생들은 앉아서 수업내용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Q. 우리대학교에서 어떤 방식의 수업을 추구하고 있는가?

A. 나는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특히 남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인생의 힘든 나날을 보낸 뒤 졸업하면 얼마 되지 않아 군대에 간다. 그리고는 직업을 얻어야 하는 샌드위치 같은 부담에 끼여 있다. 따라서 1,2년간의 대학생활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다. 사실 정말 가여운 일이다. 여학생들은 군대에 가진 않지만 취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Q. 한국에서는 어떤 대학교에 진학하느냐가 성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른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굉장한 인재 낭비(Fantastic waste of human resources)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이지만 한국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우리대학교에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매우 좋고 학문적으로 열의가 있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또 그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예외지만, 다른 대학교에서는 학문에 관심이 없는 학생을 그저 모아두는 것처럼 보인다. 몇몇 학생들은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훌륭한 춤꾼일 수도 있고 목수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간과하고 모두 대학에 진학해 각자의 재능을 살릴 기회가 없다. 이런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독일의 예를 들어보면 독일에선 30% 정도의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낮지만 독일은 매우 성공적이고 발전한 산업경제국가이다. 그 이유는 학생들의 서로 다른 재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부품을 디자인하는 일을 시작했고 나는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7년 후 나는 엄청난 학자금을 안고 졸업했고 그는 집을 샀다. 재능을 살려 자신의 길을 선택한 그 친구는 지금 나의 두 배가 되는 돈을 번다. 그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한국사회도 학생들 개개의 재능을 살려 인재 낭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경윤 기자
sunnynoo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