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국민에게 국가에서 합당한 보상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보훈제도’를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호주 등의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국가보훈제도는 미흡한 점이 많다.
보훈대상에는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참전유공자, 제대군인 등이 해당되며 보훈급여, 교육, 대부, 의료 등의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 국가보훈대상자의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기준 군경관련 대상자가 70만 1천 858명으로 88.3%를 차지하고, 제대군인 관련 대상자가 4만 2천명인 5.3%로 뒤를 잇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연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국가보훈대상자들도 존재한다. 이들 각각은 그들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훈복지에서는 정밀하고 차별화된 복지대상 구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1년 기준 미국의 보훈예산은 137조 5천800억원 규모로 연방정부 지출의 약 3.7%수준인데 비해 한국의 보훈예산은 3조 7천 232억원으로 정부예산의 1.76%에 불과하다. 또한 보훈복지대상자 각각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기초생계수급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보훈복지 대상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보훈대상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고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증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전쟁을 경험한 보훈대상자들은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보훈대상자의 이에 대한 치료개입이 크게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보훈복지센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PTSD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치료법을 연구한다.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 보훈대상자들이 PTSD 관련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경험담을 나눌 수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VVCS(Veterans and Veterans Families Counselling Service)에서 보훈대상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사후 보상이 부족한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조사 단계에서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행규 변호사의 「군내 사망사고 조사과정의 문제점과 군의문사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방향」에 따르면 군대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해당 사건이 수사 지휘관의 진급평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또한 조사능력의 부족, 부족한 조사시간, 군의 폐쇄성 등으로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 따라서 군내 사망사고 관련 유족들이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해당부대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군 의료기관 이용 경험자의 군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군 병원은 군 조직의 일부로서 군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그 실상이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으며, 외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황정호 국가보훈처 보육교육연구원 박사 또한 “군 조직은 보안이 중요하다는 특성상 투명성이 보장되기 힘들고 방어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한국의 국가보훈제도가 선진국처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재정비되기 위해선 국민의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당한 상이군인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으로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홍보 영상이 많이 제작된다. 반면 한국은 상이군인**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부족하고, 국가보훈처의 보훈대상자들에 대한 홍보 또한 미미하다.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와 국가통합의 차원에서 보훈대상자에 대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홍보가 뒤따라야 이들에 대한 합당한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황 박사는 덧붙였다. 국가보훈 대상자들이 사회에 재적응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명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정부와 국민의 배려가 절실하다.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끔찍한 경험을 한 뒤 나타나는 우울증·초조감·죄의식·공포감·성격 변화 따위.
**상이군인: 전투나 군사상 공무 중에 몸을 다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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