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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호스피스, 죽음을 살아라생(生)과 사(死)의 공존. ‘죽음’이 아닌 ‘죽음을 포함한 삶’을 논하다
  • 김은지 기자
  • 승인 2013.05.06 17:50
  • 호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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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

호스피스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호스피스’하면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 아동청소년완화의료 황애란 가족상담사는 호스피스를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대개 신체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치료라고 생각되는 호스피스는 사실 정서적, 사회적, 영적 부분의 총체적 돌봄을 수반한다. 황 상담사는 “호스피스의 역사는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수용이 아닌 환자 나름대로의 삶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호스피스의 가장 큰 목적이다.


죽음은 최후의 성장이다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파악하는 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삶과 죽음을 분리시켜 생각한다. 그 둘은 겉으로 보기에는 결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 상담사는 “죽음은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최후의 성장이며 자유를 향한 춤이다” 라며 “죽음에 대해선 그 경험을 누구도 말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깊게 누린 뒤 죽음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의 완화치료는 삶과 죽음의 분리성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완화치료는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 회복’을 목표로 하며 가족의 죽음 후 사별가족의 슬픔 치유까지를 포함한다. 또한 호스피스 치료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나 죽음을 앞당기는 처치를 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죽음이 최후의 성장이라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에는 나이가 없다

악성 뇌종양을 진단받고 6개월 시한부 생활을 선고 받았다는 10살짜리 남자 아이.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부모는 아이에게 죽음은 본향인 천국으로 돌아가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끊임없이 말을 해줬다고 한다. 아이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이별 의식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아동청소년들의 완화치료와 이별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죽음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음은 환자의 나이를 떠나 본인의 가치관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커다란 의미로 남게 된다. 대개 죽음의 불안은 각 개인이 살지 못한 삶의 양에 비례한다고 한다. 호스피스는 이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에 예고가 없듯이, 죽음을 대면했을 때의 모습 또한 나이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위기상황은 작은 죽음이다.

호스피스에는 이야기 기법, 존엄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식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환자 스스로 존엄성을 갖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며 본인이 가치 있는 삶을 살았음을 상기시킴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일 여유의 공간이 늘어난다. 이 공간만큼 죽음이 들어오다가 그 둘이 자연스럽게 섞여 죽음 쪽으로 고개를 꺾게 되고 마침내 환자는 평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대면하게 된다.
자아존중감과 존엄성에 대한 숙고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비교우위에 있고 싶다는 갈망, 그것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루에 몇 번씩 속으로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이 때 끊임없이 생겨나는 좌절감과 열등감이 모두 위기상황이며 작은 죽음이다. 이때 이로부터 살아나 나 자신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호스피스 치료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사안들과 맥을 같이 한다.

대학생들에게 죽음은 생소하다. 젊음과 죽음은 전혀 이어질 수 없는 두 개의 대립개념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젊음을 보기 이전에 전체 삶을 관망했을 때, 삶과 죽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는 띠와 같다. 호스피스는 자신이 걸어온 삶의 띠를 되돌아보고 순간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제공한다. 단,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닌, 죽음을 포함하는 삶 자체에 대한 총체적 ‘힐링’을 제공해준다. 죽음을 사는 것만큼 순간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그 감동을 느끼며 ‘인생(lives)’을 ‘생생하게(lively)’ 살 수 있는 때는 없다. 이는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자신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경건한 체험 중 하나일 것이다.


글, 사진 김은지 기자
kej824@yonsei.ac.kr

김은지 기자  kej_82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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