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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in사전] 사진작가 안준, 통념을 뒤엎다
  • 남채경 기자
  • 승인 2013.05.06 17:19
  • 호수 2
  • 댓글 0

안준스럽다[안ː준-스럽다] : ① 상식을 뒤엎는 시각을 통해 신선함을 주다.
② 무언가에 심히 몰두하여 대범함을 발휘하다.


예술in 사전에서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바로 일본, 미국, 홍콩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태생의 여성 사진작가 안준이다. 그녀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영국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실력파 여성작가다. 자신이 직접 사진의 일부가 되어 위험한 촬영까지 과감히 연출하기도 하는 안준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본다.

Q. 학부시절 미술사를 전공했는데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어요. 수학시간엔 움직이지 않는 시계바늘이 미술시간엔 너무 빨리 가버렸어요.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몰입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며 시각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시각 작품을 통해 세상에 어떤 화두를 던지고 싶었고, 어떤 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각예술에 대한 꿈을 가지고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미술학과에 진학했어요. 마지막 수업으로 듣게 된 것이 ‘사진’과목이었는데 학부 마지막 학기였지만 주말을 전부 암실에서 보낼 정도로 몰입하게 됐습니다. 졸업 후엔 6개월 간 매일매일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그 해가 끝나갈 무렵 사진들을 정리해 사진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 홍콩, 뉴욕, 서울의 도심 속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작가 본인이 직접 모델이 되어 위태로움을 표현한 SELF-PORTRAIT시리즈가 해외언론에서 화제다. 이에 담긴 본인만의 철학 또는 의도는 무엇인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심리적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달리 말하면 사진 속 제가 있는 장소인 ‘경계’를 사람들이 마주하는 심리적 경계로 치환시키고 싶었어요. 우리는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 이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 등 항상 어떤 것의 경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경계의 허공을 사진에 담고자 했어요.
제 작업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일종의 환상’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높은 전망대를 가거나, 고층빌딩에서 도시를 굽어보거나 할 때 ‘눈앞에 펼쳐진 경치’라는 말을 하곤 하죠. 하지만 사실 경치 속 사물들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에요. 우리 시선이 미치는 곳에는 사실 허공이 있는 것이죠. 제 사진을 본 사람들이 용감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사실 저도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섭기도 해요. 누구나 그렇듯 경계 앞에 설 때면 아찔하고 몸 어딘가가 쫑긋해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때가 시각적 인지가 공간적 인지 속으로 붕괴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이 자신이 정말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인지하는 순간인 것이죠.
사진에서 제 몸을 가리고 보면 그저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제 몸이 그 경계에 놓여 있을 때, 보는 이는 아찔함과 무서움. 제 몸이 있기 때문에 그 앞의 허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잡을 수 없는 미래와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사이의 아주 잠깐의 텅 빈 허공이 현재라 생각해요. SELF-PORTRAIT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Q. SELF-PORTRAIT 시리즈촬영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저는 이 작업을 통해 두 가지를 전복시키고 싶었어요. 첫째는 상황 그 자체, 둘째는 사진과 다큐멘터리의 관계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정해진 구도에 셋업 한 후 연속촬영 모드로 설정하고 일정시간 경계에서 쉼 없이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환상이 거두어진 자리에서의 공포와 아찔함, 다시 말해 현재가 주는 것을 느끼는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요. 촬영을 마치면 천여 장 정도의 비디오와 비슷한 연속된 동작들의 프레임을 얻게 됩니다. 사진들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문맥들을 담고 있죠.
형식적인 면에서 볼 때 제 사진은 사진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퍼포먼스라 생각해요. 퍼포먼스와 사진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그 관계에서 사진은 주로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사진은 문맥과 시간의 증거가 됩니다. 하지만 제 작업을 통해 저는 그 관계를 전복시키고자 했어요. 제 사진은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파편이에요. 흔히 사람들은 사진을 보며 사건이나 상황을 유추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편화된 이미지는 그 상황의 전부가 되죠. 이런저런 매체들에서 인터뷰 없이 제 사진이 ‘겁이 없다’라고 보도되고 평가될 때 의아하면서도 희열을 느꼈어요. 사실 저는 겁이 없는 것도, 두려움 없이 건물 위에 선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이미지가 문맥과 분리돼 마치 전부인 것처럼 해석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제가 사진을 통해서 구현하려 했던 것 즉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와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이죠.


Q. 사진작업에 있어 가장 영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호기심입니다. 제 사진의 작업 과정은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빠른 셔터스피드, 그리고 연속촬영으로 수 천장 때로는 수 만장을 한자리에서 촬영한 후 그것들 중 프린트할 것을 고르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제 사진들 중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은 없어요. 사진으로 찍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순간을 잡아내고자 합니다. 때문에 어떤 것을 접했을 때 ‘이것이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촬영의 영감이자 동기가 되죠.
우리가 현실과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게 대해 새로운 시각의 이미지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진작가 안준.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신선함은 어떤 것들일지 더욱 기대된다.

남채경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남채경 기자  skacorud247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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