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정의욱을 만나다

공연이 진행되는 2~3시간동안 한 번의 쉼과 NG도 허용하지 않는 뮤지컬.  뮤지컬을 올리기 위해서는 3달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이 3달 동안 대본 리딩, 노래·안무 익히기, 씬(scene)별 연습,  런스루*, 프레스**, 리허설의 단계를 거친다. 오는 17일에 초연을 앞두고 런스루를 하고 있는 뮤지컬 『광화문연가2』의 배우 정의욱의 하루를 함께했다.



# 1
공연이 있는 날에는 아침에 연습실로 가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공연이 있으면 3달간 반복되는 똑같은 하루임에도 늘 기분이 좋다.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연극배우의 삶은 일정하지 않다. 오디션에 떨어져 배역을 못 맡는다면 그야말로 ‘무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극배우임에도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경력이 있는 정씨의 경우, 공연이 없을 때는 후배 교육, 행사, 일반인 동호회 교육, 오디션 연습 등의 일을 하지만, 인지도가 없는 뮤지컬배우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 2
정씨는 연습실로 가기 전 들른 미용실에서 덥수룩한 머리를 이제야 정리한다며 기분이 좋아보였다. 극중 인물에 따라 헤어스타일도 달라지기 때문에 공연 시작 2주 전까지는 머리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 3

공연을 2주 앞두고 연습실 문을 여는 발걸음이 예전만큼 가볍지 않다. 이맘때쯤 되면 연습실 분위기가 다소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씬(scene)별로 해오던 연습을 묶어서 하게 되다보니, 맞춰가는 과정에서 의견이 달라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배우들도 예민해져서 다툼이 생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두들 완벽한 공연을 위한 마음에서 나온 갈등이란 것을 알기에 금방 화해하는 편이다. 


   
 

# 4
지금까지는 파트별 연습을 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런 스루를 하는 날이다. 런 스루를 시작하기 전, 배우들과 대본을 맞춰본다. 2달 간 매일같이 한 대사이지만, 장면 장면을 매끄럽게 연결해야 하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습 전, 유일하게 쉬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3~4명씩 소그룹으로 모여 대본 연습에 한창이다.


   
 

# 5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든 광화문연가2 파이팅!”
런스루 전, 배우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데, 과격해 보이는 구호의 뜻이 궁금했다. 공연이 시작해버리면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구호를 쓴단다. 완벽한 컷을 위해 몇 번이고 재촬영을 하는 영화와 다른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6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연습인데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연기 중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완전 ‘몰입’한다. 중간에 살짝 실수가 있더라도 애드리브로 자연스럽게 극을 이끄는 모습에서 배우들의 팀워크와 전문성이 엿보인다.



#7
뮤지컬 연습 중에는 쉬는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연출가의 “잠깐 쉽시다~”는 말이 있을 때만 쉴 수 있다고. 쉬는 동안에도 연습실 곳곳에선 기타연주와 노랫소리, 대본 연습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뮤지컬 배우라고 모든 역할과 노래를 잘 해내는 것이 아니다. 성악, 락 등 공연 장르에 따라 발성법이 다르기 때문에 때에 맞춰 연습은 필수다.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정씨도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고. 



극과 영화의 차이점은 현재성에 있다. 분할 촬영과 편집이 가능한 영화와 달리, 극은 전체가 한 컷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서 극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정씨는 “공연 중에 재채기가 나오거나 사래가 걸릴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말했다. 계속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재채기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도 문제다. 이럴 땐 어떻게 해결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씨는 뮤지컬을 ‘전쟁터’라고 비유하며 말을 이었다. “전쟁에 임하기까지 철저하게 훈련하며 전투가 시작되면 혼신을 다해 임한다”며, 무대에 있을 때는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없던 힘이 무대에만 서면 나온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질 없이 공연하기 위해 그들의 연습은 작은 실수도 넘어가지 않은 채 계속 된다. 완벽한 무대는 무대 뒤 치열하게 움직이는, 열정 가득한 배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도영 기자
doyoung9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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