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조용필의 19집 『Hello』를 다룬 기사에는 하나같이 2012년 그래미상 베스트 엔지니어 후보에 올랐던 미국의 토니 마세라티가 믹싱 작업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직은 생소하기만한 ‘믹싱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문득 궁금증이 차올랐다면 이색 직업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찾아보JOB>을 주목해보자. 우리나라 최고의 음향감독 박혁 씨의 스튜디오에서 특색 있는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mix? 음악을 섞다?

 하는 일에 따라 믹서, 믹싱엔지니어, 음향감독 등 다양하게 불리는 사운드엔지니어. 믹서는 여러 종류의 소리를 섞는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이 직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창의적인 감각으로 소리를 잘 ‘섞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작곡가가 멜로디를 쓴다. 그리고 편곡가가 이를 다듬어 반주 악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음악가가 반주를 연주하고, 가수는 노래와 코러스 등을 녹음한다. 이 모든 것을 한 데 모아 편집을 통해 전체적인 균형, 톤, 레벨*을 맞추는 작업이 바로 믹싱이다. 믹싱을 하는 엔지니어가 전체 음악의 완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알랑가몰라 왜 감각적이어야 하는지

 박 감독은 “음악본질 자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사운드 믹싱이라고 했다. 믹서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리를 조화롭게 이어주는 연결고리(bridge)역할을 한다.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기계와 음악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기계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사운드 엔지니어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아티스트의 음악적 감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믹싱 기계를 다루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다양한 클라이언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이다 보니 여유로운 태도와 인성도 중요하다. 그들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관계에 정성을 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쯤 들으면 만만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 감독은 스튜디오 한 켠의 작업실에서 매우 짧은 구간의 음악을 반복하며 미세한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된다.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긴장도 잠시, 오는 5월 16일 컴백하는 신화의 새 앨범 수록곡을 처음 들은 외부인이라며 장난을 건넨다. 섬세한 작업을 쉽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울려 퍼지는 소리들의 조합에 심장도 함께 쿵쿵 뛰었다.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가 된 박 씨도  음악에 대한 단순한 관심과 호감으로 시작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경험과 고민들을 바탕으로 빛나는 결과를 이루어낸 그. 음악적 감각을 생활화하며 전문적으로 살아가는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수고에 귀를 기울여보자. 길거리에 퍼지는 노랫소리가 좀 더 색다르게 들릴 것이다.


*레벨 : 소리 압력의 수준. SPL(sound pressure level), 오디오나 비디오 신호의 증폭 수준.


글, 사진 장미 기자
mmmi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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