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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딸기 타르트,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팔아보겠습니다.
  • 김신예 기자
  • 승인 2013.05.05 14:43
  • 호수 2
  • 댓글 0

SBS 「힐링캠프」에서 7백억 원 밥 재벌 백종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장사는 보통 이런 간단한 생각으로 시작됩니다. ‘이야 우리 장모님 닭 칼국수 잘하시는데 닭 칼국수나 팔아볼까?’”
입 발린 소리로 하는 “이 정도면 팔아도 대박 나겠다”는 말 듣고 솔깃해본 사람이 없다면, 성공률이 8%밖에 안 된다는 음식점 창업에 이렇게 많이들 목숨 걸 리가 없다. 나도 좀 하는 것 같은데 막상 팔아보기는 무섭다고? 자취경력 3년차, 자칭 ‘눈대중 손대중으로도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진정한 요리왕’이라는 기자.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진짜 저질러 보는 버킷리스트에서, 이번에는 팔면 팔리겠다고 생각‘만’ 해보고 막상 시도하기는 어려운 여러분들을 위해 ‘장사해보기’로 정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달달한 게 당기는 봄 처녀, 타르트 팔기에 도전한다.


야매요리? 딸기 타르트 만들기

내 타르트를 먹은 18명의 소비자(라 쓰고 피해자 또는 피실험자라고 읽는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타르트 처음 만들어봤다. 기사를 빌어 수줍은 고백과 함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사먹게 만들려면 냄새와 비주얼로 유혹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환장하게 하는 새빨간 색의 향이 죽이는 딸기. 바로 이거다.

베이킹이라고는 구경도 못해봤다는 기자는 기본재료도 없어 박력분 30g을 넣기 위해 1kg짜리를 구매했다. 또 바닐라오일 3방울을 넣기 위해 3870원짜리 4통 묶음을 구매했다. 귀여운 바닐라오일 자식……. 계산하는 손이 왠지 덜덜 떨렸지만 커스터드 크림에 바닐라 향은 필수라고 하니, 3방울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는데, 밥솥도 없는 집에 계량스푼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냥 색깔보고 맞추는 거다. 요리는 감과 손맛이라는 신념을 굳게 지켰다. 크림까지 만들어 식혀놓고, 중학교 때 미술 수행평가 A+ 맞던 실력으로 데코를 시작했다. 쿠키에 딸기 꽃이 폈다. 이정도면 팔...리...게..ㅆ...지?...



타르트 사세요~

아침에 뻐근한 느낌이 들면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든 게, 영~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 하필 비가 왔다. 절망적이었다. 햇볕 쨍쨍한 연희관 앞 벤치에서 샤방샤방하게 타르트를 팔 상상을 하며 잠들었단 말이다. 냉장고 노란 불빛 아래 ‘오늘이 아니면 난 썩어버리고 말거에요’라고 외치는 타르트아가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일단 가지고 등교했다. 장사를 시작하기로 한 오후 3시가 되도록 비는 그치지 않았고, 임시방편으로 연희관 지하 복사실 옆에 책상을 하나 놓고 판매를 시작했다. 해놓고 보니 오히려 ‘지인찬스’를 쓰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타르트 한 상 가득 펴놓고 뜬금없이 “타르트 사세요~”라고 외치자니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함께 서있던 동료기자가 수업에 간다고 나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 순간, 나는 ‘내가 파는 거 아닐걸요’라는 느낌으로 땅바닥만 쳐다봤다. 결국 아무 상관없는 친구를 끌어들여 옆에 세워놓고서야 철판 한 겹이 장착됐다. 그때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대외용 웃음을 날리며 ‘타르트 사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아는 사람에게 강매도 많이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2천 원씩이나 주고 내 타르트를 사먹었다. 물론 ‘뭐지?’ ‘파는 건가?’ ‘맛있겠다’고 하면서 설레게만 하고 지나가버린 수십 명의 사람들 중 극히 일부였을 뿐이지만 말이다. 타르트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완.판.됐고, 마지막 하나는 고생하시는 복사실 아저씨께 드리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르트를 맛본 박아무개(신방·11)씨는 “파는 것보다 신선한 느낌이고 맛도 있다”는 평을 남겼다.


당신은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혼자 살아본 사람이라면 아마 ‘살기 위해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몇 시간에 걸쳐 음식을 만든 다음에 혼자 십 분 만에 해치우고 난 뒤의 허탈감이란. 만들면서 이미 냄새에 질리고, 간보면서 또 한 번 질려서 별로 맛도 모르고 먹었는데 말이다. ‘내가 이 짓을 왜 했지. 그냥 한 끼 때우면 그만인 걸’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다시 중국집 전단지를 들게 된다.
하지만 장사는 달랐다. 묻고 또 물어도 계속 묻게 되는 ‘맛있어?’라는 말. 18명뿐이었지만 사람들이 내 음식을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빈말이라도 맛있다고 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보람 있었다. 특히 다 팔고 나오는 길에, 맛있다는 소문 듣고 연희관까지 사먹으러 왔다던 지인을 마주쳤다. 미안함과 동시에 장사의 보람과 묘미를 1억분의 1정도 느낄 수 있었다.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단지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음식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여자 코스프레 제대로 했다. 누가 좀 안 데려가나? 남자친구만 있다면 10단 도시락도 해줄 수 있다고 하니 shinyekk@yonsei.ac.kr로 연락 바란다. 타르트 하나로 상여자되기, 참 쉽죠잉?

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사진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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