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있잖아, 남녀가 등을 맞대고 서있는 영화 포스터!”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가? 같은 물음에도 아마 독자들마다 다른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이런 식의 영화는 많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섹시한 여자의 다리 사이로 남자가 얼굴을 내밀고 있거나 큰 눈알 하나가 떡하니 놓여져있는 포스터는 특정한 하나의 영화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되어 사용된 형식이다. 단 한 컷으로 영화 한 편을 소개해야만 하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와 마케터의 고충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꽤 많은 포스터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가끔은 ‘그게 그거네’라는 느낌이 든다.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

 오른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장엄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남자. 흐릿한 배경을 뒤로한 채 사람이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모습도 비슷하다. 포스터에 있는 캡션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엄청난 임무를 가진 점도 닮았다. ‘세상을 구하러 돌아온’ 키아누리브스(콘스 탄 틴),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인류의 운명을 책임진다’는 윌 스미스(나는 전설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제작사가 워너브라더스, 감독이 프란시스 로렌스라는 것에서도 발견 할 수 있다.
 

<아드레날린 24>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포스터 속 남자들은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다. 두 주인공은 분노에 찬 눈빛, 굳게 다문 입술까지 너무 닮아 머리스타일로 겨우 구분할 정도다.  포스터의 전체 구도도 비슷하다. 주인공과 캡션이 사선으로 되어있어 전체적으로 X자의 구조를 띄는데, 강한 액션영화답게 포스터에서도 긴박함을 표현했다.


<양들의 침묵> <무언의 목격자>

 화면을 꽉 채운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의 입은 무엇인가로 막아져있다. ‘무언의 목격자’는 침묵이라는 뜻의 단어인 MUTE로 꿰메져 있고, ‘양들의 침묵’은 해골이 그려져 있는 섬뜩한 나비로 가려져있다. '침묵'과 '무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모두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지만, 그 이유가 꽤나 끔찍한 이유라는 것이 짐작이 가지 않는가? 예상했겠지만, 섬뜩한 포스터답게 두 영화 모두 스릴러로 청소년 관람불가다.

<피아니스트> <블레임: 인류멸망 2011>

 황폐화된 건물들 사이에서 주인공들이 서 있다. ‘피아니스트’는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독일에서 지상에서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연주를 하는 유태인을, ‘블레임’은 전대미문의 치사율과 감염속도를 가진 전염병으로 공포와 혼란 속에 빠진 일본에서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를 다룬 영화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포스터에서 풍기는 느낌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장르는 드라마와 스릴러로 확연히 다르다는 것!

 이렇게 ‘대놓고’ 비슷한 영화 포스터들에 관대한 것은 사람들이 이전에 비슷한 것을 봤었는지 기억을 못해서가 아니라 영화포스터의 성격을 이해하기 때문이리라. 관객들의 입장에서 포스터는 내가 볼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해주는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많은 것처럼 비슷한 포스터도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모든 영화포스터가 참신하고 독특하고, 이전에 있던 것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는 피카소 그림처럼 난해한 영화포스터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영화관에 들어가서야 ‘아하, 이런 내용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어디서 본 듯한 영화포스터를 보더라도, “이거 표절 아니야?”라고 딴지를 걸기 보단, 내가 아는 그 영화와 어느 부분이 비슷할까를 생각하며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오도영 기자
doyoung92@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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