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이 사람들한테 해 줄 수 있는 건 관광이 아니라 힐링이야”



창경궁으로부터 오는 밤의 초대장

 봄기운이 만연한 오월,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에 위치한 창경궁이 사람들에게 밤의 초대장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밤의 창경궁 모습이 사람들 앞에 공개됐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동안 저녁 6시부터 밤 10시(밤 9시까지 입장가능)에 도심 속 창경궁의 빛나는 야경을 볼 수 있는 야간 개방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창경궁의 야간 개방 행사는 ‘살아 숨 쉬는 4대 궁과 종묘 만들기’ 사업 중 하나로, 지난 2011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해 2012년부터는 창경궁의 모든 곳을 야간 개방하기 시작했다. 창경궁의 한 관계자는 “창경궁 야간 개방행사는 우리나라 궁궐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며, 사람들에게 밤의 창경궁 모습을 보여 줄 기회를 제공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창경궁에 방문해 우리나라 고궁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일제의 아픔을 간직한 창경궁

 창경궁은 창건 초기에는 쓰임새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단지 창덕궁이 좁아 세 명의 대비를 위한 공간으로 수강궁을 확장·보완하면서 공사 도중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창덕궁이 정궁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창경궁이 세자궁으로 사용되어 활용빈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러한 창경궁의 사용도 잠시, 일제강점기에 창경궁은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바뀌어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뿐만 아니라 창경궁의 이름마저 창경원으로 격하 되었고 종묘와 연결된 부분에 도로를 개설함으로써 맥을 끊었다. 이는 일본제국주의의 훼손에 의해 왕궁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게 된 사건이다.
 굴곡진 역사를 겪고 난 뒤, 지난 1983년 우리나라 정부의 주도하에 궁궐 살리기 정책이 시행되었다. 덕분에 창경궁은 지금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복원되지 못한 전각의 모습은 창경궁의 아픈 역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창경궁 알고 보기

 기자가 찾은 지난 1일 날 밤, 통명전에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끄는 강연이 열렸다. 그 강연은 바로 경북대 박상진 명예교수가 ‘창경궁의 우리나무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것이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는 창경궁 안에 있는 나무들의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창경궁 안에 있는 나무를 보니 그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르며 창경궁의 나무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더불어 강연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체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 ‘동궐도’를 보면서 과거 창경궁의 모습과 현재의 창경궁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창경궁 야간 개방 행사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매일매일 다양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창경궁에서는 야간 개방 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다양한 문화 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야간 개방행사 때 창경궁을 보러가지 못했다 해도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창경궁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 창경궁 야간개방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창경궁 야간 개방 행사를 진행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야간 개방된 창경궁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올해 하반기에 펼쳐질 창경궁 야간 개방 행사에 한번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면 알록달록 단풍물이 들게 될 창경궁의 가을밤과 어우러질 은은한 조명 빛, 그리고 높은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게 될 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창경궁의 모습이 사람들의 가슴을 얼마나 설레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사진 염지선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자료사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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