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멀어 통학하기 어려우나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주로 학교 근처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게 된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자취·하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 근처의 자취 및 하숙의 상태는 열악하다. 우리신문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자취나 하숙을 하는 총 24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14%)은 답변 이유로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41%)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24%) 등을 꼽았다.

시설 문제로는 지나치게 좁은 주거공간을 들 수 있다. 학교 근처 자취방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이정현(사학·11)씨는 “침대 및 책상 등 기본 가구만 있는데도 책상 의자가 뒤로 끝까지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방이 너무 좁았다”며 “마치 빽빽한 닭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황보수현(신방·12)씨는 “공간이 너무 좁아 빨래라도 널게 되면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시벽을 통해 하나의 주거공간을 둘로 나눠 각각 임대를 놓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국토해양부에서 개정한 주택법에 따르면 1인당 최저주거면적은 14제곱미터로 약 4.2평이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청년주택협동조합단체 ‘민달팽이유니온(아래 민유)’이 자취 및 하숙을 하는 서울시내 대학생 292명을 대상으로 2012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5%가 3평 미만인 거주 장소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5평 이하에 거주하는 학생은 응답자의 약 53% 비중을 차지했다. 즉 대략 절반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법적인 최저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주거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공간뿐 아니라 열악한 방음 및 위생상태 또한 시설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임시벽으로 공간이 분리된 장소의 경우 소음문제가 심각하다. 해당 조건의 방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공간이 임시벽으로만 분리됐기 때문에 옆방의 소리가 그대로 전달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8년 간 자취방을 운영해 온 이아무개씨는 “방이 넓을수록 학생들이 부담해야하는 가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른바 ‘대학생 공급 맞춤형’ 방을 형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취·하숙 건물이 오래돼 곰팡이가 건물 구석구석 슬어있는 등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설 문제뿐 아니라 터무니없이 비싼 방값도 학생들에게 큰 문제로 작용한다. 국내 복지단체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에서 2013년에 전국의 대학생 9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불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가 주거비는 대학가 이외 지역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각종 부동산 정보자료를 제공하는 ‘부동산114’ 사이트에 나온 신촌 지역 자취방 원룸 가격은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1천만원, 월세 40~50만원에 이른다. 이씨는 “시설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의견은 자취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2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허아무개씨는 “방주인끼리 담합이라도 했는지 자취방 가격이 다 비슷비슷하고 특히 학교 서문 쪽의 방들은 가격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방값의 측정 기준에 대해 지난 8년 간 자취방을 운영해 온 이아무개씨는 “시설이나 평수, 소음문제 여부 등 방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주로 다른 옆집들의 방값 가격이 어떤지 살펴보고 이를 따라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즉 방주인들의 공식적인 가격 담합은 없으나 비공식적으로 그들만의 일정한 방값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49대 총학생회 ‘Focus on’에서부터 시작된 주거정보조사단은 이러한 시설 및 가격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간 수요자의 제한적인 주거정보접근성을 들었다. 수요자들을 위해 일정 지역의 주거 장소 가격 및 시설 현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보망이 없기 때문이다. 주거정보조사단 대표 장현명(사복·12)씨는 “저렴하면서도 시설이 좋은 방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조금 변두리에 위치하는 경우 학생들이 잘 몰라 학기 중에도 방이 비어있다”며 “이는 학생들이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거정보조사단은 조사단 홈페이지에 450여 건에 이르는 주거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주거정보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씨는 “수면 아래에 있는 현재 주거 정보들이 수면 위로 모두 올라오게 된다면 시장 경쟁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안정화되고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민유 또한 자취 및 하숙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으로 ▲코하우징(Co-Housing) ▲한지붕 세대공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코하우징이란 넓은 평수일수록 평당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이용해 여러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용 주거형태를 말한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주거공간의 여유가 있는 노인이 학생들에게 방을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주고 그 대가로 학생들은 노인의 생활을 돕는 ‘세대 통합형 주거공유 프로그램’이다.

연세춘추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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